2021년 추석 시각장애인선교회 성라파엘 사랑결성당 방문

+ 찬미예수님!

     2021년 추석을 맞이하여 반포카리타스가 개포동에 있는 시각장애인선교회 성라파엘 사랑결 준본당을 찾았습니다. 오늘 평일미사에는 7명의 신자분들이 참석하셨고, 김용태 요셉신부님께서 반포성당 교우들을 위해서 특별히 축복을 빌어 주셨습니다.

성라파엘 사랑결 성당의 평일미사

     사랑결성당의 교적상 신자 수는 200여명 정도이고, 코로나19 이전에 옆 건물인 하상장애인복지관 강당에서 드리는 주일미사에는 이 중 120명 정도의 교우와 60명 가량의 가족들이 참석하여 미사 후 점심식사도 함께 했었습니다. (사랑결성당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전에 올린 글 https://banpo.or.kr/cp/19000 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진에 보이는 좁은 공간에서 방역수칙을 지키려니 성당 안쪽에 10여명, 바깥쪽 사무실에 10여명, 이렇게 20명 정도가 두 번에 나누어서 주일 미사를 드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 주일에 40명씩 격주제로 차례를 지키면 모두 모두 80명까지 참석 할 수 있는데, 이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모두 꾸준히 나오신다니 대단합니다.

     그런데 김신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렇게 신자들이 자기 차례에 빠지지 않고 주일미사 참례를 하는 데에는 반포성당의 한 교우(김덕자 아가다님)께서 3년 째 매달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보내주시는 귀한 쌀이 큰 몫을 하고있답니다. 포대에 담겨 오는 쌀을 2리터 병에 소분해서 나누어주면 한 사람이 한 달 먹는 양과 신기하게도 딱 맞아 떨어진다고 하네요! 사실 이 쌀이 없어서 밥을 못 드시는 건 아니지만 말하자면 쌀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어 드리고 받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저도 한 번 먹어보았지만 이 쌀이 특별하기는 합니다. 밥이 익어 갈 때 무어라 표현 할 수 없는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하면서 입안에 침이 한가득 고이거든요. 아무튼 아가다님 덕분에 사랑결성당에서는 반포성당 사람들을 늘 기억하고 계십니다.

반포성당의 사랑을 전하는 쌀나눔

     오늘 미사의 제1독서(1티모 6,2-12)와 복음(루카 8,1-3)에는 각각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과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과 제자들의 시중을 든 여인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와 관련하여 김용태신부님께서는 교회가 실천하는 사회복지의 바른 모습에 대하여 말씀해 주셨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일도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고, 이를 통해 혜택을 받는 사람들도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는 것입니다. 즉 사람이 사람에게 베풀고 고마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는 이도 받는 이도 그렇게 할 수 있음을 하느님께 감사드려야 맞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볼 때, 8.15 광복과 6.25 전쟁 직후 나라 살림이 어려울 때는 교회가 정부의 사회복지사업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가 잘살게 되면서 국가가 교회주도의 사회복지사업에 도움을 보태어 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재원은 결국 국민의 세금을 거두어 얻은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돈을 내는 이도 불평하고 받는 사람도 감사하지 않은 모양새가 두드러집니다.

     또 다른 부작용은 사람들이 자선과 애긍을 실천함에 있어 적극적으로, 그리고 주도적으로 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김신부님께서 재미있는 비유를 하나 들려주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분수대 앞을 지나다가 어린 아기가 물에 빠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때 이 사람이 취해야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요? 

     1번, 아이 엄마를 부른다.

     2번, 119에 전화를 한다.

     3번, 내가 얼른 건져낸다.

     여기서 물에 빠진 아기는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어려운 이웃이 되겠지요. 1번은 그 사람의 가족에게,  그리고 2번은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입니다. 3번은 내가 스스로 나서서 돕는 것이고요. 물론 실제로 모든 상황이 이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교회가 실천하는 사회복지는 3번의 마음자세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성라파엘 사랑결성당의 성모님상

     이전의 누리집 게시물에서 설명드렸듯이, 사랑결성당은 ‘준본당’입니다. 성체를 모셔두는 감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언젠가 코로나19가 진정된다고 하여도 예전처럼 하상복지관의 지하강당을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상장애인복지관과 멀리 떨어질 수는 없는 사정인지라 근처에 감실이 있고 공간도 지금보다 여유로운 장소를 마련하기 위하여 3년 전 시작한 기금모금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진전이 없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이에 더하여 코로나19가 2년째 계속되면서 교무금과 헌금 액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점심 나누기를 포함하여 여러 행사가 중단되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나가야 하는 월세와 사무실 유지비, 인건비등은 그대로입니다. 사실 사랑결성당은 다른 본당에는 없는 특수한 상황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보와 매일미사만 하더라도 네 가지 형태로 준비야 합니다. 일반 인쇄본, 점자 주보, 약시 교우를 위한 큰 글씨본, 그리고 점자를 읽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소리본까지 말입니다.

점자 매일미사

     성당 살림살이와 마찬가지로 교우들의 생활도 코로나19로 인해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김용태신부님께서는 기도를 더 많이 할 때라고 담담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왕십리에 있는 농아와 청각장애인들의 에파타성당 걱정을 하십니다. 우리가 흔히 짐작하는 바와는 달리, 시각장애인보다 청각 또는 언어장애인들이 사회적응과 취업에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더 심하게 겪었습니다. 이 분들에게도 우리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사실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우리 모두가 똑같이 소중한 자녀들이 아니겠습니까. 김용태신부님께서 예전에 나환자 미감아들을 보호하는 ‘데레사의 집’에 함께 살았다는, 심한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두 손 두 발 모두 쓰지 못하는 어떤 자매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해 주셨습니다. 이 사람은 꼬부라질대로 꼬부라진 손가락 사이에 나무 막대기 하나를 어렵게 끼워넣고 있다가 무엇이든 필요하면 그 막대기로 옆에 있는 벨을 누른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소리를 듣고 미감아들 중 누가 와서 물도 떠다 주고 화장실 가는 것도 도와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사람이 ‘데레사의 집’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도움을 받을 때 마다 상대방에게 아주 환하게 웃어주기 때문입니다. 미감아들은 그 미소에 힘을 얻어서 살았다고 합니다.

김용태신부님(가운데)와 함께한 반포성당 식구들. 왼쪽부터 설수안 글라라, 정지원 로사, 황수연 안젤라, 곽진영 예비자

     시간이 허락한다면 오래 오래 더 듣고 싶은 김용태신부님의 이야기를 아쉽게 마무리하고 오늘 방문을 마쳤습니다. 다음번에 찾아 뵐 때는 사랑결성당에 기쁜 소식이 많이 생겨있도록 기도중에 기억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