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추석 성동 평화의집/샛마루공동체 방문

+ 찬미예수님!
한가위 보름달이 반 넘게 차오른 오늘, 반포 카리타스가 금호1가동 선교본당에서 운영하는 성동 평화의집 샛마루공동체를 방문했습니다. 지난 사순시기에 찾아뵌 후 반년이 넘었지만, 수그러들 줄 모르는 코로나19의 기세는 그 때보다 오히려 더 높아져 있는 듯 합니다. 햇살이 비껴드는 작고 정갈한 경당에서 오늘도 나승구 프란치스코하비에르 신부님이 반포성당 식구들을 위하여 특별히 미사를 봉헌해 주셨습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빈민사목위원회에서는 지역의 저소득층 주민들을 돕고 현장 선교활동을 펼치기 위하여 다섯 개의 선교본당과 이에 속한 ‘평화의 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선교본당의 설립 시기와 나눔공동체에 관한 정보는 이전에 올린 반포카리타스 게시물 https://banpo.or.kr/cp/18737 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나신부님은 교구 빈민사목위원장을 역임하시고 2019년 2월에 금호1가동 선교본당으로 옮기셨는데, 바로 그 해 말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계획하셨던 활동 중 많은 부분을 축소 또는 연기하셔야 했다고 합니다. 또 방역수칙 때문에 30명 정도의 신자들도 모두 함께 모이지 못하고 번갈아 미사를 드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평화의 집에서 운영하는 반찬나눔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바로 방문 전날도 추석맞이 음식으로 돼지갈비와 동그랑땡등을 30여가구에 전달하였습니다. 음식 준비는 본당 자매님 4~5분이 담당하십니다.

아쉽게도 이전에 지역 보건소와 협업으로 진행되어 오던, 주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양교육은 코로나19 모임제한으로 현재는 중단된 상태입니다.
금호1가동 선교본당에서는 또한 운영법인 ‘성동자활‘을 통하여 성동구 지역 저소득층 주민들을 돕고 있습니다. 특히 노인 기초생활 수급대상에 속하지 않는 장년층을 대상으로 월50만원 정도의 지원비를 제공하면서 청소, 배달 등의 직업훈련과정을 거쳐 자립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의 성과가 좋다고 합니다.
또한 올해 4월에는 논골신용협동조합과 함께 “희망 드림 프로젝트”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는 평생 먹고 사는 일에 바빠서 저축통장이란 것을 가져 본 적이 없었던 자활대상 주민들이 삶에 대한 긍정적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마련한 것입니다. 각자 매달 5~20만원을 만기(12개월)까지 채우면 2개월 분 납입금을 성동평화의집과 논골신협이 매칭금으로 지원합니다. 나신부님은 이와 같은 작은 일들을 통하여 어려운 이들의 “기살리기“가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반찬을 나누는 것도 어찌 보면 ‘정(情)’을 나누는 것입니다. 반찬을 받지 못한다고 하여 이 분들이 끼니를 거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작은 사랑이 모여서 살맛 나는 세상이 이루어 지는 것이지요.
지난 사순시기 찾아뵈었을 때도 그랬었는데, 오늘도 미사 후 나신부님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다 보니 오후 2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반포성당 사람들은 오면 갈 줄을 모른다고 흉을 보시지는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마지막으로 신부님께 앞으로 새롭게 계획하시는 일들이 있는지 여쭈어 보았더니 두 가지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첫 째는 지역의 노인들 중 7-80년대의 철거 사태를 겪은 분들로부터 그 당시와 이후 살아오신 이야기들을 듣고 기록하는 작업입니다. 이 내용을 책이나 다큐 영화로 남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분들이 살아온 생애사의 정리이자 본인 자신을 위한 기록물을 만들어 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사실 서울대교구의 다섯개 선교본당이 세워진 이유가 바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을 돕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근처 한양대학교의 재학생들로 이루어진 청년 플랫폼에서 도와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한양대 근처 사근동에 있는 고시촌 사람들을 위한 지원단체 설립입니다. 예전에 고시생들이 모여 살던 소위 ‘고시원’이라는 독특한 건물이 지금은 대부분 홀로 사는 도시 빈민층의 거주지로 변하였고 그 생활환경은 참으로 열악합니다. 서울 시내에 이런 지역들이 여럿 있는데, 어쩌면 삶의 가장 막다른 골목과도 같은 이 신(新)빈민가로 내몰린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듣고 보니 나신부님께서 빈민사목위원장으로 계실 때 “품위를 지키는 가난이 교회의 사랑실천“이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 만큼 어려운 이웃들이 주변에서 눈에 잘 뜨이지 않고 그래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체로 와 닿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이들을 기억하고 돕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내가 쓰고 남아서 낙숫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도움이 아니라 옆에 있는 형제의 손에 사랑을 쥐어주는 “연대(solidarity)“를 실천하자는 나신부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