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사순시기 금호선교본당 샛마루공동체 방문

 

‘거룩함’이란 이미 성인이 된 이들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을 자신의 삶에 반영하며 살아가려는

평범한 이들에게서 드러납니다. 

이를 ‘옆집 이웃 안에서 발견되는 성덕’이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중

옆집의 성인(Saint Next Door)에 관하여 말씀하신  내용-

 

+ 찬미예수님,

  여러 날 계속되던 미세먼지가 걷히고 봄볕이 따스하던 3월 16일, 반포카리타스 임원들이 성동구에 있는 금호선교본당을 찾았습니다. 올 사순기간동안 모아진 후원회비를 도움이 필요한 단체들에 전달하기 위한 발걸음 중 그 첫번 째를 내딛기 위해서였습니다.

 

  “선교본당”이란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빈민사목위원회에서 해당지역의 저소득층 주민들을 돕고 현장 선교활동을 펼치기 위하여 운영하는 곳입니다.  그 시작은 1980년대 빈민지구재개발사업과 더불어 삶의 터전을 잃은 원주민들을 돕기 위하여 세워졌던 공소들이었는데, 지금은 다섯개의 ‘선교본당’과 이에 속한 ‘평화의 집’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각 선교본당마다 그곳에 속한 나눔공동체에 곱고 정감있는 이름들이 붙어있는데, 오늘 방문한 금호선교본당에는 “샛마루공동체”라는 예쁜 이름이 주어졌습니다.

참고로 현재 서울대교구에서 운영하는 다섯 곳의 선교본당과 위치, 연락처 및 미사시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오늘 금호선교본당에서 반포카리타스를 맞아주신 나승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께서는 빈민사목위원장으로 재임중이시던 2019년에 저희 반포본당에 오시어 도시빈민사목에 관하여 강의 해 주신적도 있습니다.  작지만 정갈하고 아름다운 성당에서 저희를 위하여 특별히 준비 해 주신 미사를 드리는 내내 창문을 통하여 비껴들어오는 햇살이 마치 주님의 은총 그 자체처럼 느껴져서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미사 후 신부님께서 끓여주신 계피차를 마시며 샛마루공동체의 나눔활동에 대하여 듣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역시 이곳도 코로나19로 인하여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평화의 집’을 중심으로 대략 30가구의 어르신들에게 반찬나눔을 해 드리는 것이 주요 활동이라고 하십니다. 금호선교본당은 열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3층으로 지어진 건물인데, 반지하인 주방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나누어 드릴 반찬을 준비하고, 1층에 있는 평화의 집이 주변 어르신들의 모임 장소인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하여 거의 닫혀있는 상태입니다. 2층에 신부님께서 지내시는 사제관이 있는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정말로 정말로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3증에, 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작지만 구석구석 반짝반짝 손길이 안 간 곳이 없는 예쁜 경당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평일 7시에 드리는 미사에는 3~4명의 신자분들이 고정적으로 나오시고, 많을 때는 10명 가까이 모일 때도 있다고 하십니다. 주일 미사는 샛마루공동체에서 봉사하는 식구들이 모여서 드린다고 합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 공동체에서 방과후 공부방을 운영하였고, 가까운 곳에 있는 한양대학교 가톨릭학생회 회원들이 자원봉사로 공부를 가르쳤었는데, 지금은 문을 닫았습니다. 그 이유를 신부님께서 설명해 주시는데 들어보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은 학령인구가 줄어든 것이 한 요인이지만, 더 큰 이유는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부모들쪽에서 소위 ‘저소득층 아이들’이 다니는 이 시설에 보내지를 않으려고 한다네요. 사실 주변에 새로 지은 번듯한 아파트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고 길 모퉁이마다 온갖 학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자기 아이가 선교본당에서 운영하는 무료공부방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을 친구들이 보고 놀릴까봐 걱정한다는 것이지요. 참 가슴이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금호선교본당은 또한 지난 2000년 성동구 지역 저소득층 주민을 돕기위한 ‘성동자활’ 운영법인을 설립 한 바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을 받아 전국에 250여개가 운영되고 있는 지역 자활센터 중의 하나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건강한 일터”를 추구하는 다양한 자활근로사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www.sdjh.or.kr에 접속하시면 이 프로그램에 대하여 더 많은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옥수동 반찬가게 “진이찬방” 개업식에 참석하신 나승구 신부님(맨 왼쪽)

 

 

나승구 신부님께 지금 가장 어려우신 점이 무엇인지 여쭈어 보니, 첫 번째는 코로나19때문에 여러가지로 제약이 있어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점, 그리고 반찬을 만들고 배달해 줄 봉사자가 모자란 점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어려움은 배달 반찬을 받으시는 어르신들 중 기력이 좋으신 할머니들께 음식준비를 부탁드림으로써 소일거리도 만들어 드리고 성취감도 느끼게 해 드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내신 것 같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길어져버린 방문을 마무리 하며 나승구신부님께서 반포 카리타스에게 당부하신 말씀은, 우리 모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2018년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라”에 나오는 “옆집의 성자(Saint Next Door)“가 되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내 이웃이 어떻게 지내는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는 작은 시작에서 자선과 나눔, 나아가 사회 전체에서 부의 재분배가 일어나는 큰 변화도 너끈히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이 말씀이 계속 귓가에 울리는 듯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