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추석 강북 평화의 집 / 솔샘공동체 방문

+찬미예수님!

10월 5일 반포카리타스가 이번 추석에 교우분들께서 모아주신 사랑을 전하기 위하여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강북구에 위치한 삼양선교본당 ‘강북 평화의 집‘입니다. 작년에 올려드린 게시물에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1980년대 서울시의 빈민지구 재개발사업으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소위 ‘철거민’들을 돕기 위하여 1991년에 4곳의 도시공소가 서울대교구에 만들어졌었고, 1998년 이것이 5곳으로 늘어나면서 ‘선교본당’으로 승격되었습니다. 각 선교본당마다 이에 속한 ‘평화의 집’과 지역 명칭을 따서 예쁘고 고운 이름이 붙여진 나눔공동체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오늘 방문한 삼양선교본당 강북 평화의 집 공동체의 이름은 근처 우이동 솔밭에서 유래한 ‘솔샘 공동체‘입니다.

강북 평화의 집 솔샘공동체 전경. 도로와 연결된 1층에 성전이 있고 지하에 솔샘일터, 그리고 2층에 사제관이 위치함. 뒤 편 건물에는 반찬나눔을 위한 주방과 무료진료실이 있음.

 

각 선교본당에 속한 ‘평화의 집’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입니다. 이 사업은 선교본당이 위치한 지역에 따라 그 성격이 다른데, 예를 들어 무악선교본당에 속한 독립문 평화의집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수집해 온 폐지를 체계적으로 분리하고 보다 나은 가격의 수매처와 연계시켜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방문한 강북 평화의집에는 ‘솔샘일터‘라는 봉제협동조합에서 성직자복, 수도자복, 전례복, 복사복과 제대보등을 제작합니다. 

도로에서 내려다 본 작업장
작업중이신 솔샘일터 조합원 자매님들

반지하에 위치한 작업장은여름에는 무척 더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의 여파가 여기에도 미쳐서 작년부터는 주문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솔샘 공동체가 처음 만들어 졌을 때는 솔샘일터 외에 공부방과 어린이집도 운영되고 있었지만 취학 연령 아동의 감소로 지금은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반찬나눔무료진료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무료진료가 있는 날은 반찬나눔 주방 옆방을 진료실로 사용하고 성전은 임시약국이 되어 잔칫날같은 분위기였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하여 무료진료는 임시 중단되었습니다. 반면 반찬나눔은 코로나19때문에 더욱 필요하고 중요해 졌습니다. 마침 저희가 방문 한 날이 일주일에 한 번 반찬을 만드는 날이어서 강마리아 수녀님의 진두지휘 아래 분의 봉사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음식 준비 하시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반찬 나눔을 위한 재료 손질이 한창이 주방
바쁜 손길을 잠시 멈추고 반포성당에서 온 방문객들과 사진 한 컷을 찍어주신 봉사자분들. 맨 오른쪽이 삼양선교본당 주임이신 강현우 마르티노 신부님, 그리고 그 옆에 강마리아 수녀님.

 

솔샘일터와 반찬나눔 주방 견학을 마친 뒤, 강현우 마르티노 신부님께서 반포성당 식구들을 위하여 특별히 미사를 봉헌 해 주셨습니다. 10시에 시작되는 미사 시간에 맞추어 아래층 솔샘일터 자매님들과 반찬나눔 봉사자 자매님들도 모두 올라오시고, 강마리아 수녀님과 서안토니오 수녀님도 함께 해 주셨습니다. 방역수칙에 맞게 널찍널찍 떨어져 앉으니 성전이 꽉 차는 느낌이는데, 강신부님께서 코로나19 시작 된 뒤 가장 많은 인원이 함께 미사를 드리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솔샘공통체 식구들과 함께 드린 미사

오늘 미사의 복음 말씀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르타와 마리아의 이야기입니다. 강신부님께서는 마르타와 마리아가 선택한 몫이 둘 다 소중하며, 이를 빈민사목에도 적용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마르타처럼 팔을 걷어 부치고 음식을 만들어 배고픈 사람들을 먹이고 생산협동조합을 열심히 운영하여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고, 그와 더불어 마리아처럼 주님을 바라보고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 두 일이 조화를 잘 이루어야 올바로 된 빈민사목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하신 그 말씀을 마음에 새겨 봅니다.

미사 후에는 강북 평화의 집을 방문 할 때면 꼭 들러보는 재활용 나눔가게 ‘살림’ 매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반포성당에서 매년 바자회나 카리타스 사랑의 의류 모으기를 통하여 살림 매장에서 판매 할 수 있는 물건들을 모아서 보내드리곤 했었는데, 지금은 이런 행사가 모두 중단되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살림 매장에 택배를 보내시거나 수거 요청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살림 매장을 담당하시는 비따 수녀님과 강현우 신부님(앞줄), 그리고 반포성당 식구들

마지막으로 강현우 신부님께 요즈음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 여쭈어 보니 두 가지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첫 째는 반찬나눔 사업과 관련하여, 코로나19로 다른 급식단체들이 대부분 문을 닫고 주민들 생활은 더 어려워진 상황을 감안하여 나눔 해 드리는 반찬의 양을 늘였는데 후원자와 후원액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반포성당에서 전해드린 300만원의 후원금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이 경우 일회성 도움보다는 작은 액수라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후원이 도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강북 평화의 집 반찬나눔을 후원하실 분들은 우리은행 1005-801-426299로 보내시거나 02-945-1613으로 전화하셔서 안내 받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살림 매장을 찾는 발길이 코로나19 이후 더 늘어났는데 기증 물품이 딸려서 걱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살림 매장에 의류, 신발, 가방, 기타 생활용품을 기증하실 분들은 02-987-3978 또는 010-5751-3978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또는 직접 택배로 서울 강북구 삼양로 24길 46 우편번호 01202로 보내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방문을 마무리하며 강현우신부님께서 잘 사는 나라 대한민국, 그리고 그 수도인 서울에 지금도 선교본당들이 필요한 이유에 대하여 말씀 해 주셨습니다. 사실 모든 선교본당은 그 주변에 커다란 본당들이 서너 개씩 있고  또 각 본당마다  빈첸시오회 등의의 자선단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80년대 빈민지구 개발과 더불어 생겨난 선교본당들이 아직도 필요한 이유는 이들이 “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 있다”는 표징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웃 동네 여유로운 사람들이 베푸는 자선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들이 사는 곳에 함께 거주 할 때 그들의 어려움과 고민이 구체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다섯 곳 평화의 집이 가난한 주민들을 위한 사랑방, 그리고 동반 공동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궁극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일은 이러한 필요성이 없어져서 선교본당들이 해체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일이 가까운 시일에 이루어 지기는 쉽지 않아 보이므로, 그 때 까지는 다섯 선교본당에서 운영하시는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도울 방법을 찾아보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삼양선교본당을 방문한 반포성당 식구들. 왼 쪽부터 정지원 로사, 설수안 글라라, 노미숙 아녜스, 홍성민 스테파니아, 곽혜진 아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