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정릉 성모의집 방문이야기

12월답지 않게 따스하던 4일 금요일, 김종호 프란치스코 보좌신부님이 운전대를 잡으신 봉고차에 큰수녀님과 작은수녀님을 모시고, 뒤쪽에는 준비한 선물상자들을 싣고 카리타스 임원들이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성모의집>을 찾아갔습니다. 다가오는 성탄절에 앞서 미리 작은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필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심각해지고 있던 상황이어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제한해야 했기 때문에 본당의 다른 분들과 함께 가지 못해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프란치스코 신부님의 기막힌 운전실력으로 꼬불꼬불 산길도 봉고가 아니라 캐딜락에 타고 있는것 같이 달려서 집 앞에 도착하니 시설장이신 에비타수녀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성모의집 정문 앞에서 시설장 에비타수녀님과 반포본당 식구들

<성모의 집>은 정릉3동 재개발지역 내 산동네에 위치한 아동 돌봄센터로, 1990년 12월 ‘영원한 도움의 수녀회’에서 학교가 끝난 후 갈 곳이 없는 동네 아동들에게 공부의 기회와 간식 및 식사를 제공하기 위하여 만드신 것입니다. 처음에는 60여명의 아동들이 함께 하였으나 2006년 서울시가 관장하는 지역아동센터로 정식 등록이 되면서 면적당 허용정원을 준수하도록 되어 지금은 19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19명이 정원인 공간에 60여명이 모여있었을 때는 얼마나 비좁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은 그 60명이 모두 동시에 시설에 있는 경우는 드물었고, 또 지금보다 식구가 많았던 시절의 사진을 보니 오히려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앉아있는 모습이 더 정겹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정릉3동과 4동 지역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아동/청소년에게 방과후 교육과 다영한 문화활동, 그리고 균형있는 식단을 제공함으로써 생활환경의 개선에 이바지 하고자 시설장수녀님과 사회복지사님, 그리고 여러명의 자원봉사 선생님(주로 대학생)들이 애쓰고 계십니다. 특히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봉사하는 선생님들의 수준별 1:1 수업은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학원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벽에 붙어있는 빈틈없는 시간표가 정말 인상적이었지만, 선생님들이 신상정보가 적혀있어 큰 사진은 찍지 못하였습니다.

 

빈틈없는 학습계획표와 활동스케줄 상황게시판
초등학교 저학년 공부방

 

19명의 정원은 지원자가 많아서 늘 꽉 차 있는데, 지금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전 9개 학년에 적어도 한 명씩의 아동이 다 있다고 합니다. 중학교 3학년을 마치고 더 이상 다닐수가 없게 되는 때가 오면 부모님도 아동들도 그렇게 서운해 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장애인이 우선이지만 일반 가정의 아동들도 가능합니다.

이날 반포성당에서 준비하여 가지고 간 선물은 각 아동에게 줄 목도리와 성물(성가정상), 그리고 그 전날 카리타스 후원금으로 큰수녀님과 카리타스 임원들이 정성들여 장보아온 간식과 과일등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조심스러운 상황이어서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위하여 일부러 아동들이 아직 학교에 있는 시간에 찾아갔던 것이라 직접 전달은 하지 못한것이 아쉽습니다.

 

시설의 연혁과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설명해 주시는 에비타수녀님
입구에 비좁게 자리잡은 세척실

 

<성모의 집>은 원래 작은 단독주택이던 것을 아동돌봄시설로 개조하여 구석구석 정성스럽고 반짝반짝하게 가꾸어 쓰고 계신다는 것이 한 눈에 보였지만 부엌이나 식당이 비좁고 낡은 것이 마음 편치 않았습니다. 서울시에서 일정 금액을 보조해주고 또 서울교구에서 ‘마을과 아이들’ 기금을 일부 지원해 주고 있지만 금전적으로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뜻이 있는 분들의 물품 또는 후원금이 언제나 감사하다고 합니다.

후원계좌는 국민은행 036101-04-07711(예금주: 성모의집 지역아동센터)이고 전화 02-909-0890 또는 이메일 mariastudy@hanmail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 들어갈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입구 항아리의 빨간 열매 달린 가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알고보니 정릉성당의 제대를 장식했던 꽃들을 바꿀 때 이전 꽃들을 정리해서 이렇게 가져다가 꽂아주신다고 하네요. 아동들의 공부와 식사만 챙겨주시는 것이 아니라 예쁘고 좋은 것들을 눈으로 보여주고도 싶으신 수녀님들의 사랑이 실감나게 느껴졌습니다.

 

입구를 밝혀주는 꽃항아리

 

이렇게 뜻깊은 방문에 작으나마 정성을 담은 선물을 마련해 갈 수 있도록 카리타스를 후원해 주시는 회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