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13.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 기념일, 윤웅렬 신부님 강론]

‘크리소스토모’라는 이 이름은 ‘황금의 입’이란 뜻을 갖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한자로, ‘요한 금구(金口)’라고도 많이 불렀습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모. 이분이 소싯적에 수사학을 공부했었는데요, 수사학이란, 당시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필수 과목이었습니다. 말을 아름답게 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수사학이었습니다.

 

그런데 성인께서는, 당신 마음속에 있는 ‘영원한 것’에 대한 그 열망이, 이 세상의 공부로는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셨습니다. 그래서 성경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하셨어요. 그래서 한 2년 동안은, 홀로 동굴에 들어가서, 날마다 성경말씀을 되새기며 기도하시기도 했다 합니다. 신구약 성경 전체를, 통째로 외울 정도로 말이죠.

 

사제품을 받은 이후, 요한 성인은 엄청난 강론사제로 이름을 날립니다. 크리소스토모, 곧, ‘황금의 입’이란 이름을 얻을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성인의 강론에 힘이 있었던 까닭은, 단지 언변이 화려해서가 아니라, 성경 말씀에 대한 확신과 해박한 지식, 깊은 이해, 그리고 영적 체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인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는 진정코, 내 자신의 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의 성서 말씀을 굳게 붙들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나의 지팡이요, 나의 보호이며, 나의 잔잔한 항구입니다. 온 세상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나는 이 성서 말씀을 굳게 붙들고 있습니다. 나는 그 말씀을 읽습니다. 그것은 내 성벽이요, 내 보호체입니다.”

 

사도 바오로께서,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편지를 보내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는 또한 끊임없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때, 여러분이 그것을 사람의 말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1테살 2,13)”

 

저의 지금 심정이, 사도 바오로와 같습니다. 저의 심정이, 요한 크리스소토모 성인과 같아요. 제가 이곳 반포에 손님으로 머무르는 동안, 이 거룩한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적지 않은 강론을 준비해서 여러분께 들려 드렸어요. 그때마다, 우리 반포 교우님들은, 이 젊디 젊은 사제의 말을,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들어주셨습니다. 그거 아세요? 저는, 매 미사 시간마다, 너무나 떨립니다. 그리고 두렵습니다. 이 부당한 종이, 감히,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두렵고 떨립니다. 그러나 동시에, 설렙니다! 저의 영으로부터 용솟음치는 설렘과 기쁨을 느껴요. 저는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 확신합니다. 그렇기에, 주님의 거룩한 도구로 사는 이 삶이, 저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제가 올해 3월 15일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약 반년 동안, 매주 월요일, 그리고 이따금씩 주일 미사 때에 우리 교우님들과 이 거룩한 미사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저는 9월 25일 토요일에 로마로 다시 공부 소임을 위해 떠납니다. 그래서 오늘이 여러분과 함께하는 마지막 월요일 미사입니다.

 

여러분의 영적 여정에, 제가 매주 함께 동반할 수 있었음에, 무엇보다도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너무나 벅찬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게 너무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허락해주신 우리 아우구스티노 주임신부님과, 프란치스코 보좌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교우님들과, (계성초교) 수녀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세상살이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만 같지만, 신앙의 눈으로 보면, 어쩌면 더 명확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여러분은 그 가운데, 정말 좋은 몫을 택하셨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우리에게 참된 자유와 행복을 줍니다. 우리 교우님들 모두가, 기쁨 속에서, 복음이 주는 자유와 행복을 한껏 누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은근히 정이 들어버린 우리이지만, 사실, 저는 나그네입니다. 저에게 보내주신 그 따뜻한 눈빛,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그 사랑은, 여러분의 가족과, 여러분의 공동체와, 여러분의 본당 신부님과 더 많이 나누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기도드릴게요.

 

이곳 반포 공동체에 새로운 성전의 시대가 다가옵니다. 아름답게 세워질 새 성전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고, 더 아름다고, 더 거룩한, 반포 본당 공동체의 영적인 새 출발을, 저도 마음을 모아 기도드리겠습니다. 아멘.

 

윤웅렬 하상바오로 신부 드림

deuteopisomo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