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피면]
목련이 피면
아무리 힘들어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부풀 때가 두 번입니다. 첫눈이 오면, 목련이 피면.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귀를 막아도 어쩔 수 없이 들리는 하느님의 기척이고 눈을 가려도 보여지는 사랑의 손짓이기 때문입니다. 새 계절은 기온의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사랑입니다. 봄에 겨울을 살 수 없고, 여름 옷을 입고 겨울을 맞지 못합니다. 마음을 씻고 몸을 추스르고자 성탄과 부활 축제를 지내고, 그래서 판공 고해성사가 있습니다.
첫눈은 이내 사라지고, 목련도 바로 집니다. 일년 내내 첫눈이 오고 목련이 피는 세상을 하늘 나라라고 합니다. 그런 나라를 바라보며 땅을 지나는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움이란 깨끗한 마음과 가벼운 몸입니다. 그 시작을 위해 첫눈이 오고 목련이 다녀갑니다.
올바른 성찰이란
신앙은 하느님을 가르쳐주고 기도는 그분의 현존에 잠기게 합니다. 평화로운 가정과 도덕적 생활이란 신앙의 목적이 아니라 부산물입니다.
성찰은 얼마나 하느님을 섬기고 어떻게 기도하느냐를 돌아보며 시작합니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절대자는 내가 아니라 하느님입니다. 겸손이란 하느님 앞에 나의 모습입니다. 열심히 기도하는 데도 하느님이 들어주지 않는다는 푸념은 절대자인 하느님 앞에 내가 엎드리지 않고 내가 하느님 앞에 절대자로 서서 하느님을 엎드리게 하려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은 하느님의 자리를 침범합니다. 그러면 이웃의 자리를 침범하게 됩니다. 하느님께 오만하면 이웃에게 오만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불의가 일어나고 사회부조리가 피어납니다. 가정폭력과 아동 학대, 인종 차별, 환경 박해, 부의 독점, … 범죄의 시작입니다. 코로나는 동물 학대의 결과입니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하느님과 이웃이 말할 시간을 침범하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은 절대자이시며 창조주이신 하느님 중심으로 세상과 사람을 생각하고 움직이는 삶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믿는 것은 하느님의 공평하심에 대한 신뢰입니다. 장점은 곧 단점이고 화가 곧 복이라는 통찰입니다. 그러면 세상의 평가나 눈 앞의 이익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것에 감사하면서 그에 따른 소명을 생각합니다. 한 푼이 생기면 반 푼을 나누어 주라는 분부를 듣습니다. 내가 받은 것을 받지 못한 이웃의 아픔을 담는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의 평화입니다. 남이 받은 것에서 하느님의 계획을 보고 내가 받지 않은 것과 비교하고 질투하지 않고, 협력하여 하느님의 나라를 이루려고 합니다. 고해성사는 법정이 아닙니다. 돌아서면 반드시 용서하시는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이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힘을 주시는 사랑의 축제입니다. 이런 축제없이 신앙이 생활이 될 수 있을까요?
성찰과 고해의 예
코로나 시대에 주일의 정신을 지켰나요?
하느님이 삶의 의미인가요?
성서를 읽나요?
하느님의 용서를 믿나요?
하느님 앞에 겸손합니까? 이웃을 존중하나요?
알게 모르게 나보다 약한 이를 마음으로, 말로, 몸으로 학대하지 않나요?
어떻게 기도하나요? 기도의 마음으로 인생과 세상을 바라보나요?
식사 전후에 기도하나요? 일을 할 때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문밖에 나서고 문안에 들어올 때마다, 화살기도를 바치나요?
누구를 위해서 기도하나요? 나의 복만을 바라는 기복신앙은 아닌가요?
내 기도의 대상과 범위는 얼마나 넓은가요?
미워하는 이들과 믿지 않는 이들과 북한동포와 난민과 가난한 나라와 코로나로 힘든 사회를 위해 기도하나요?
하느님께 감사하나요? 하느님께서 주신 시간, 재능, 재물, 사랑에서 소명을 읽고 실행하나요?
그리스도의 평화를 누리고 있나요? 세상의 고통과 예수님의 십자가를 함께 생각하며 나의 십자가를 지고 있나요?
하느님의 정의와 공평을 믿나요? 질투하나요? 하느님의 계획을 보나요? 세월 속에 전화위복을 믿나요?
듣는 시간이 말하는 시간보다 많나요? 일부러 때때로 침묵을 지키나요? 기도할 때 내 말만 하거나 사람을 만나 내 말이 많지 않나요?
얼마나 자주 성찰하나요? 자기 전, 먹기 전, 시간마다?
과식, 과음하지 않나요? 눈앞의 편리 때문에 음식을 낭비하고 일회용품을 남용하지 않나요?
전교하나요? 말이 아니라 사랑으로 삶 속에서 증거하나요?
방역 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미사에 앞서 다른 교우들과 전례를 위해 전화기를 끄거나 무음으로 바꾸나요? 골백번 들어도 남의 일인가요?
공심재를 지키고, 고해성사를 보고 성체를 영하나요?
교회의 전승에 겸손하여 2,000년에 걸쳐 발효한 영적인 가르침을 배우고 따르나요?
교회법을 편한대로 해석하고 편한 것만 취하고 불편한 것을 내치지 않나요?
성당에서 봉사할 때만 성당에 오거나, 미사에 봉사할 때만 미사에 참례하나요?
평소에 기도하고 전례에 참석하는 삶이 봉사로 이어지나요? 나눔으로 승화되나요?
가족과 함께 기도하며, 가정에서 나의 의무와 책임을 의식하고 노력하나요?
나는 천주교인이오?
목련이 피면
하늘 아래 땅 위에 생명이 들뜹니다. 그래야 봄이 봄입니다. 특별히 이런 분들이 사랑을 느끼면 세상이 밝아지고 교회가 변할 겁니다.
사목위원, 성찬봉사회원, 전례봉사자, 구역회 봉사자, 예비 신자 교리교사, 주일학교 교사, 성경 공부 봉사자와 수강생, 방역봉사자, 미사 지향 봉헌자, 혼인성사를 앞둔 분, 투병 중인 분, 기도 지향이 있는 분, 기도한 지 오래된 분, 성당에 오랫만에 오시는 분, 봄꽃이 반가운 분들, 봄꽃이 피든 지든 삶이 서러운 분들….
목련이 피기까지 씨앗 하나가… 부활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