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성 요셉 대축일-210319]

강론-성 요셉 대축일-210319-반포성당

 

요즘 BTS가 대세이다. 그전에 한류가 온 세상을 휩쓸었다.

그게 어제 오늘 일일까? 고대 중국인들이 역사서를 편찬할 때 다른 민족의 특색과 풍속을 적었는데, 2000년 전, 우리 동이족에 관한 기록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음주가무에 관한 것이다. “길에 사람이 밤낮없이 다니는데, 노래하기를 좋아해서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전한다.

처음 중국이 열렸을 때, 조선족 마을을 찾았다가, 조선족 동포들이 모두 모여 노래하며 춤추는 것을 보고 전율을 느낀 적이 있다.

그 DNA가 다시 나타난 것이 한류이고 BTS가 아닌가 한다.

 

요즘은 요셉이 대세이다. 오랫동안 교회가 잊고 있었다.

성찬기도문에, 하느님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 이어,

그 배필이신 성 요셉이 첨가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불과 10년 전에 나온 미사경본에도 그의 이름이 없었다.

 

그렇게 요셉이 잊혀진 시간이 너무 길었다.

1870년에 비오 9세 교황께서 요셉을 모든 가정의 수호자로 선포하셨는데,

그 전에 1500년대에 들어서야 스웨덴의 성녀 Brigid나, Siena의 성녀 Bernadine, 그리고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 등이 요셉에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공교롭게도 이 성인들이 모두 여성들이다. 이때가 종교개혁과 맞물린 것은 앞으로 연구해 볼 만한 과제가 아닌가 한다. .

종교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톨릭 영성의 DNA가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요셉이라는 이름은 히브리어 Yasaf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는데,

“그가 더한다, 첨가한다”는 뜻이다.

 

성모님의 역할이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하늘과 땅을 이은 것이라면,

요셉의 역할은 하느님의 아들을 인간의 족보와 역사에 첨가시킨 것이다.

요셉이 없이는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 세상에 출생 신고가 되지 않는다.

이걸 간과할 수 없다.

예수님은 그저 밀림 속 자연 상태로 떨어진 외계인이 아니라,

요셉을 통해 구체적 인간 사회에 더해지신 하느님이다.

 

종교개혁의 소용돌이에서 몇몇 성인들이 발견한 요셉의 영성이 무엇인가?

 

요셉은 마태오 복음에 두 장에 걸쳐 소개되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대사는 한 마디도 없다. 요셉은 꿈을 꾸고 움직이는 분이다. 내면의 역동이 행동으로 옮겨진다. 침묵과 실천- 요셉의 DNA이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대로 하였다.”

자면서도 기도하는 분, 깨어나면 하시는 분, 그리고 말이 없다. 요셉의 매력이다.

 

요셉은 어느새 복음서에서 사라진다.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이라면, 침묵으로 일관된 요셉의 일생을 어떻게 그리면서 묵상하셨을까?

 

예수님이 성장하면서 요셉이 나자렛을 떠났다는 기록이나 암시는 없으니까,

요셉은 그곳에서 지상의 삶은 마쳤을 것이다. 성모님과 예수님이 그분의 임종을 지키면서.

 

세상에 이런 죽음이 있을까?

죽음을 앞두면 누가 자신을 데리러 왔다고 말하는 걸 드물지 않게 듣는다.

글쎄, 성모님과 예수님이 옆에 계시면서 그분들의 손을 잡고 숨을 거둔다면,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가장 평화롭고 거룩한 죽음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요셉은 임종의 수호성인이다.

 

그게 그저 우연히 길을 가다가 주울 수 있는 것인가?

요셉의 임종 장면을 묵상하면 저절로 겹치는 것이 베들레헴 마굿간이다.

갓 태어난 아기 예수가 쌕쌕, 평화로이 자고 있을 때,

요셉은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마리아에 대한 인간적인 추측, 그걸 오해라고 해야 하나?

오해란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느님의 아들]과 [하느님의 어머니]와 함께, 짐승들 사이에 앉아있는 모습,

그 모습을 뒤집어 보면, 거기에 요셉의 임종 장면이 나온다. .

그 임종에서 마저도, 그에게는 부활이나 승천이나 그런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그저 그는 말없고 겸손하고 조용한 내면의 요셉이다.

 

성녀 Brigid, 성녀 Bernadine, 성녀 Teresa,

교회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 이 성녀들이 발견한 요셉 성인의 DNA가

코로나 시대를 맞은 교회의 기도와 영성에 대세가 되어야 한다.

 

오늘 우리는 축일을 맞은 반포성당 요셉회의 어르신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오늘 요셉 축일에, 우리 반포본당은 새 성전을 설계할 후보자들에게 우리가 꿈꾸는 성전의 모습을 설명하는 모임을 갖는다.

 

목수 요셉 성인께서 우리와 함께 새 성전을 꿈꾸고, 침묵으로 다져진 내공을- 우리의 맥박에 불어넣어 주시고, 깨어나면 바로 실천하는 힘을- 우리의 근육에 실어 주실 것을 간절히 청한다.

 

그래서, 2021년에 반포성당에서 함께 살던 우리를-

요셉 성인께서, 평화로운 임종자에 첨가해 주실 것을 청한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대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