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반포성당 교우들께] 반포성당 교우들께 드리는 말씀

  1. 반포성당에서는 미사를 계속합니다. 주일과 평일의 모든 미사에 변동이 없습니다. 오늘 0시를 기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발효되었지만, 반포성당에서 아무 일없이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교우들 덕분입니다.

불편해도 군말없이,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방역 절차에 따르고, 거리두기를 지키며, 더욱 가까운 마음으로 하나가 되셨습니다.

 

우리 성당만큼 미사 전에 철저히 방역하고, 미사 후에 완전히 성전을 소독하는 곳이 없습니다. 호흡기 내과 전문의인 우리 교우의 자문에 따라, 우리는 분무 방식을 쓰지 않습니다. 소독약을 수건에 담아 손으로 성전을 닦고 나서, 다시 깨끗한 수건으로 훔쳐냅니다. 일일이 손으로 하는 노동 소모적인 작업입니다. 방역과 소독은 이제 미사를 봉헌하는 필수적인 조건이 되었습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 지 모르는 이 일에 참여하신 반포성당의 봉사자들이 얼마나 고맙고 자랑스러운 지 모릅니다. 시련을 통해서 단련하시고, 도전을 통해서 한 가족으로 묶어 주시며, 더욱 가까이에서 더 큰 은혜를 베푸시는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1. 마음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입니다. 제약이 많아도, 가을부터는 우리 신앙공동체의 생활을 추스르고자, 여러 계획을 가졌습니다. 9월 첫 주일부터 주일미사를 늘리고, 첫영성체 교리와 대입수능시험 준비 100일 기도, 성서못자리 강의 등을 시작하고, 주일학교 어린이들과 선물을 나누려고 지난 주일 주보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전교를 위해 예비 신자 모집과 교리반 운영에 대한 지혜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이런 즈음에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니, 일단 모든 계획을 유보하고 추이를 지켜보겠습니다. 해당되시는 분들께는 SNS와 이메일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주일미사는 9월에도 지금처럼 오전 8시와 11시, 오후5시에 봉헌합니다.

 

  1. 코로나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격상될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지난 2월 26일부터 4월 22일까지 겪었던 폐쇄와 침묵을 말합니다. 성당 문을 닫고 교우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중단하는 걸 피할 수 없을 지 모릅니다. 이럴 때 우리는 남을 탓하지 않습니다. 미사의 시작이 “제 탓이요”입니다. 거리두기에서 우리 몫을 다 했는지 먼저 살핍니다. 미사가 시작하면 입장하지 않는 것도, 영성체 행렬에서 앞 분과 떨어지는 것도, 성당 마당에서 어울리지 않는 것도, 모두 거리두기입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도 우리 몫을 다 할 것을 다짐합니다.

 

  1. 코로나가 세상을 바꾼 지 이제 6개월인데, 벌써 당연한 일로 여기는 변화도 있고, 아직 생소하여 마음이 열리지 않고 적응되지 않는 변화도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방역과 소독 봉사입니다. 이제는 방역과 소독 없이 교우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지 못합니다. 미사를 늘리려고 할 때에 가장 먼저 생각하는 일이 함께 늘려야 할 방역과 소독입니다.

 

미사는, 더 이상, 나 아닌 어느 누군가가 차려 놓으면 내가 참례하는 전례가 아닙니다. 내가 차리고 치우지 않으면, 그렇게 방역에 참여하고 소독을 거들지 않으면, 우리가 모일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적어도 미사 시작 30분~40분에 미리 나와야 하고, 미사 후 20분~30분 허리를 굽혀 신자석 등을 훔치고 닦는 일입니다. 그게 쉽지 않습니다. 사제는 전례와 강론을 준비하고, 봉사자들은 그렇게 준비해서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가 이루어집니다.

 

물론 전례를 돕는 모든 분들을 기억하면서, 오늘은 특별히 방역 소독 봉사자들께 대한 감사를 다시 표합니다. 사실 총회장님을 비롯한 반포성당 사목협의회 모든 분들이 더 이상 헌신적일 수 없습니다. 또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천장 예닐곱 군데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을 성전 바닥에서 받으며, 노후된 건물과 시설을 돌보시는 관리장, 관리인, 미화원 님, 그리고 깨끗하고 정돈된 사무실을 꾸리고 미소와 정성으로 반포 교우들을 섬기는 사무원들께도 존경을 드립니다.

 

  1. 주일에 뵈면 기쁘겠습니다.

토요일 오후 6시, 주일 오전 8시, 11시, 오후 5시 미사입니다.

하느님, 찬미합니다.

 

2020년 8월 19일, 성 베르나르도 축일 전야에,

사제단, 수도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