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반포성당 교우들께] 반포성당 교우들께 드립니다

반포성당 교우들께 드립니다.

1.

아직 코로나19 전염이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성주간과 부활 축제를 앞두고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전례는 믿는 이들이 파스카의 신비에 참여하는 한 가지 방식입니다. 

갇히고 닫힌 곳에도 봄은 봄이듯이, 성대한 전례를 거행하지 못해도 파스카의 신비는 엄연한 실체입니다.

 

2.

1947년 알베르 까뮈는 소설 [페스트]를 썼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알제리를 배경으로 인구 20만의 도시에 번진 흑사병을 그렸습니다.

모두가 봉쇄된 도시에 갇히고, 서로가 서로에게 닫혔을 때, 인간의 모습이 엇갈려 드러납니다. 

희망과 성실과 격려와 연대, 그리고 절망과 도피와 불평과 고립입니다. 

 

함께 겪는 코로나19 사태에 드러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힘들다, 지쳤다”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렇게 털어놓아야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합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집니까?   

“큰 일 났다”는 분도 계십니다. 작은 일은 아니지만 큰 일도 아닙니다. 지나갈 일이고, 이겨낼 일이고, 배울 일입니다. 

 

” 요즘 어려워도 힘 내세요, 마스크는 구하셨어요? 대한민국처럼 잘 하는 나라가 없네요, 곧 지나갑니다, 다시 모이면 성가대에 들어가고 싶네요, 늘 고맙습니다.”   

 

“성실이란 무엇입니까?” 소설 [페스트]에 나오는 대화입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직분을 다하는 것입니다.”

 

3.

희망 을 전하고 초연함을 증거하며 미소를 나누는 것도 신앙인의 직분입니다.

희망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주시고, 초연함은 우리가 의탁하는 하느님께서 주시고, 미소란 성령께서 주시는 친교입니다.  

 

전례에 대한 열망만큼 큰 이웃 사랑으로,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고 거리 두기를 하는 것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직분입니다.

 

가족과 대화하고, 개인 기도를 바치고, 서로 근황과 안부를 묻는 전화를 걸고, 성서를 읽을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늘 아쉽던 겁니다. 

불평하고 한탄하는 동안 지나가고 언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귀한 시간입니다. 

 

인생이 십자가의 길입니다. 해뜨고 해지고, 눈뜨며 일어나고 눈감으며 잠드는 매일이 파스카 축제입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모자란 대로 채워진 대로, 감사하며 실체를 응시하는 것이 세례 받은 이들과 세례를 준비하는 이들의 직분입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1.  

성전 문은 닫혀 있지만 영상을 통하여 성주간 전례와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에 참석하는 길을 열려 있습니다. 가톨릭평화방송에서는 생방송으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님께서 주례하시는 전례를 다음과 같이 중계합니다. 축복은 준성사이므로 이 미사를 시청하며 축복을 청하는 이에게 내려집니다.

 

4월  5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 낮 12시   

4월  9일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 오후 8시

4월 10일 성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 오후 8시 

4월 11일 토요일 밤 부활 성야: 오후 8시   

4월 12일 부활 대축일: 정오 

 

반포성당 사제단도 교구장님과 일치 속에서 평화방송에서 전례를 중계하는 시간에 맞추어 반포 교우들을 위해 미사와 전례를 봉헌합니다. 

  

5.

성삼일과 부활대축일 (4월 9일~4월 12일 4일간)에 반포성당의 성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성체조배와 개인 기도를 위해 문을 엽니다. 단 부활대축일 정오~오후 1시까지에는 성전 문을 잠시 닫습니다. 

 

위 4항에 적혀 있지 않은 날에는 평소와 같이 매일 오전 11시에 사제관에서 미사를 봉헌합니다. 미사 지향은 평소처럼 사무실을 통하여 전화로 신청하시면 되고 미사 예물은 받지 않습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사무실 532 3333으로 전화하셔서 연락처를 남기거나 banposinbu@naver.com으로 알려주시면 됩니다. 

 

행여나 상을 당하시면 반드시 성당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 안에서, 어떻게 유가족을 도와 드리고 고인께 예를 갖추며 기도할 수 있는지 함께 의논하겠습니다. 3월 하순에 별세하신 우리 교우가 계셨는데, 저희는 까맣게 모르고 있는 동안 가족끼리 장례를 마쳤다고 합니다. 나중에 삼우미사 지향이 올라와서 유가족과 통화하였더니, 어느 분으로부터 아예 장례미사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합니다. 하다못해 저희가 멀리서 기도라도 드리고 우리 본당의 조화라도 놓을 수 있었을텐데, 20년이나 레지오 단원이셨다는데, 가슴이 미어집니다. 주임신부는 지난 달에 성당 밖에서 장례미사를 두 번이나 올렸습니다. 지레 포기하지 마시고 사목자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부활성야에 세례를 받을 예정이던 예비 신자들과는 전화로 상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통화하신 분들은 모두 나중에 교우들과 함께 성대한 미사를 거행하며 세례식을 갖기를 원하므로,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반포성당 교우들은 그날까지 적어도 하루 한 번 이상 예비 신자들을 위해 화살기도와 주모경을 바치시기 바랍니다.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께서는 미사 중단이 계속되는 동안,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자고 격려하십니다. 묵주기도는 예수님의 강생과 말씀과 행적과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성모님과 함께 묵상하는 기도입니다. 성모님의 전구 속에서 [이제]와 [우리 죽을 때]를 연결하는 기도입니다. 그러면 이승의 나날 속에서 영원을 내다보고 영원의 시각에서 오늘을 바라보게 합니다.   

 

“여러분의 마음 속에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거룩히 모시십시오.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두십시오.” (I 베드로 3, 15)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김수환 추기경 말씀) 

  

반포성당 사제단, 수도자, 총회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