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4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악령과 돼지떼
악령이 활개를 치는 순간 – 신앙 공동체를 위한 경고와 깨달음
오늘의 복음은 단순한 기적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깊은 메시지를 던지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군대’, ‘무덤’, ‘악령’, ‘돼지’, 그리고 ‘떼죽음’이라는 강렬한 단어들이 등장하면서, 하느님의 권능과 인간을 향한 그분의 사랑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묵상하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무덤 – 삶이 끊긴 공간
무덤은 단순한 죽음의 장소가 아닙니다. 유다 전통에서는 무덤이 악령들의 거처로 여겨졌습니다. 무덤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생명의 끈을 놓아버린 상태를 의미합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을 잃어버리고, 희망을 포기하며, 공동체에서 멀어지는 순간 우리는 무덤 같은 삶을 살게 됩니다. 우리 신앙 공동체가 이런 무덤 속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합니다.
군대 – 파괴와 혼돈의 상징
예수님께서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묻자, 악령은 대답합니다. “제 이름은 군대입니다. 저희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악령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 작용합니다. 그들은 하나하나가 아닌, 뭉쳐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오늘날 신앙 공동체 안에서도 악령들은 군대처럼 움직입니다. 비방, 모략, 거짓 소문, 분열 등을 토대로 여럿이 모입니다. 혼자서는 약함을 알기에 그룹을 만들며 그들이 말하는 것이 진실인 것처럼 포장하여 공동체를 흔들어 놓기 위해 악령의 군대처럼 덤벼들고 있습니다. 이 악령의 군대와 같은 이들을 우리가 경계하지 않으면, 신앙의 공동체는 순식간에 그 흐름에 휩쓸려 와해해 버릴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선 타인들에 대한 뒷담화를 일삼는 이들은 악령으로 간주하여 멀리해야 합니다. 진정 그들에게 자비와 용서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하신 것처럼 멸살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그 악령의 군대에 포섭되어 있지는 않은지 지속적으로 성찰해 나가야 합니다.
돼지 – 부정한 탐욕의 상징
악령들은 예수님께 자신들을 돼지들에게 보내달라고 간청합니다. 유다교에서 돼지는 부정한 동물이었습니다. 탐욕, 더러움,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존재였습니다. 악령들은 결국 탐욕과 이기심의 상징인 돼지 속으로 들어가고, 돼지들은 절벽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 호수에 빠져 죽습니다. 이는 탐욕이 결국 인간을 파멸로 이끈다는 강력한 경고입니다. 신앙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욕망이 공동체를 집어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떼죽음 – 악의 종말
돼지 떼의 떼죽음은 단순한 비극적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악의 종말을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입니다. 예수님의 권능 앞에서 악령은 끝내 파멸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내용을 통해 우리도 다시한번 자신을 살필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악령들이 쫓겨나 돼지 떼를 몰아넣듯이, 우리도 때때로 악의 세력에 의해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신앙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동을 무심코 한다면, 우리 또한 돼지 떼처럼 파멸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역사와 우리의 믿음
예수님께서는 악령 들린 사람을 자유롭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집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 주님께서 너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모두 알려라.” 이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어둠에서 불러내어 빛으로 인도하십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믿음을 지키고, 공동체를 보호하며, 악의 군대가 우리 안에서 자라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신앙 공동체가 분열과 미움이 아닌 사랑과 진리로 뭉쳐야 합니다. 우리 안에 ‘군대’가 아니라 ‘은총’이 머물도록, 우리를 무덤 속으로 몰아넣는 악령이 아니라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께 의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신앙을 방어하고, 공동체를 보호하며,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입니다.
지금 이 순간, 악령들이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깨어나야 할 때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