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회(週會)와 2차 주회(酒會)
오늘은 우리가 신앙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소소한 신자들의 모임 전통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언제부터 시작된 전통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천주교 신자들 중에는 적당한 오후 신심 모임인 1차 주회(週會)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2차 주회(酒會)로 이어가는 전통이 있습니다. ‘주회 (週會)’와 ‘주회 (酒會)’가 참으로 유쾌하게 연결되는 이 모습, 사실 조금 익숙하시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 전통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사실 이웃 종교인들에게는 ‘천주교 신자들, 참으로 마음이 넉넉하구나!’라고 생각게 만드는 전통일지 모릅니다. 이렇게 우리가 신심 모임 후에 이렇게 술자리를 이어가는 이유는 아마 서로의 친교와 교제를 나누고 싶은 그 사랑에서 비롯된 전통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즐거운 전통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신심 기도 모임이 끝난 후에 이어지는 술자리는 분명히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형제애를 나누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형제애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참 귀한 선물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꼭 술이 있어야만 형제애를 나눌 수 있는 것일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우리가 2차 주회(酒會) 통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사랑과 배려를 통해 하느님 안에서 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물론 술자리가 즐거운 시간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우리 신앙의 중심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또한 과음은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때로는 뒷담화를 통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신앙의 자리가 2차 주회(酒會)로만 이어진다면, 우리는 기도와 묵상 속에서 하느님과 더 가까워져야 할 기회를 놓치게 될까 걱정이 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친목과 교제는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더욱 깊어져야 하고, 절제와 지혜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성경에서도 우리에게 “모든 일에 절제를 지켜라” (1 베드로 5,8)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시 한번 진심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은 단순히 신심 모임 후에 술자리를 가진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신앙의 중심을 흐리게 하고, 우리의 삶을 해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지에 대한 성찰입니다. 우리의 모임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술보다는 서로의 진정한 대화와 사랑으로 더 깊이 연결되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 천주교 공동체는 2차 주회(酒會)가 아닌 더 성숙하고 건전한 방식으로 형제애를 나누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하며, 그중에서도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께 한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신심 모임 후에는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안에 가득 차 있는 그 따뜻한 마음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서로의 교제를 나누되, 꼭 술자리 없이도 더 큰 축복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차 한 잔을 마시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총의 여운을 더 오래 간직하는 자리를 만들어보는 겁니다.
“2차 주회(酒會)”가 아닌 “은총 주회”로 이름을 바꾸어, 서로를 존중하고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물론 당장 새롭게 변화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반포 성당에서 이러한 새로운 전통을 시작해 보는 것, 그래서 하느님 앞에서 조금 더 절제된 삶, 그리고 더 성숙한 형제애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지금이 우리 신앙의 영성적 변화가 꼭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서로를 더욱 격려하고, 술 대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축복을 나누며, 기도 후에 진정한 하느님의 평화 속에서 교제하는 성숙한 공동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한편의 詩로 대신합니다.
‘ 週會는 主會로…’
한 잔 술잔 대신,
한 말씀 담아봅니다.
향기로운 잔을 기울이는 대신,
주님의 말씀을 귀에 담습니다.
어둑한 시간에 불 밝히고,
화기애애한 술자리 아닌
말씀의 빛을 나누는 밤,
그 속에 기쁨이 차오릅니다.
술에 취한 웃음 대신,
기도에 취한 평화가 흐르고,
말씀의 술잔을 서로 나누며
우리의 영혼이 깨어납니다.
술이 마음을 무디게 한다면,
말씀은 마음을 밝히고,
술의 끝이 허무하다면,
말씀의 끝은 희망입니다.
오늘 우리는 酒會를 넘어서
말씀의 主會를 엽니다.
서로의 말이 아닌,
주님 말씀이 중심이 되는 시간.
함께 하는 기도가 진정한 축복이 되고,
주님의 사랑이 참된 기쁨이 되길 바라며,
우리는 말합니다.
‘술잔을 넘어서, 말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