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지니지 마라…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불러 모으시어,
모든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셨다.
2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라고 보내시며,
3 그들에게 이르셨다.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마라.
4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곳을 떠날 때까지 거기에 머물러라.
5 사람들이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고을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에서 먼지를 털어 버려라.”
6 제자들은 떠나가서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어디에서나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쳐 주었다. (루카 9,1-6)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불러 모으시어 그들에게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를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시며, 세상으로 파견하시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사명을 주셨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사명을 실천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장 먼저 명령하신 것은 바로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가 매일 기도하는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는 주님의 기도 속에 담긴 그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먼 미래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고, 서로를 돌보며, 정의와 평화를 실현할 때 이 땅에서도 드러납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것은 단지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일상의 작은 행동 속에서도 하느님의 나라가 드러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웃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작은 손길을 내밀거나, 가족과 친구들에게 따뜻한 말을 전하는 것도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삶으로 실천할 때,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 가운데 더욱 풍성하게 이루어집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길을 떠날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포기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하느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분께 의탁하라는 의미입니다. 우리 삶 속에서 무언가에 너무 의지하거나 집착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직장, 돈, 건강, 인간관계 등 모든 것에 집착하다 보면 우리는 하느님께 의지하기보다는 세상의 것들에 의지하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는 우리에게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느님을 신뢰하고, 하느님께서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도 일상 속에서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하느님의 손길을 체험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더불어 “너희 발에서 먼지를 털어 버려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복음을 전할 때 겪을 수 있는 거부와 어려움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복음을 전하고, 선한 일을 하려고 노력할 때, 때로는 거부당하거나 이해받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실망하고 낙심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먼지를 털어버리고 떠나라”고 하십니다. 이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거부당했을 때 상처받지 말고, 그 자리에 머물러 괴로워하지 말고, 그저 하느님께 맡기고 다음 사명으로 나아가라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누군가가 나의 선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부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너무 괴로워하거나 집착하지 말고, 예수님의 말씀처럼 마음의 먼지를 털어버리고 다음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사랑을 전하고, 복음을 전하려고 노력했는가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그 마을 저 마을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쳤습니다. 그들이 떠난 걸음은 작아 보일지라도, 그 안에는 하느님의 큰 계획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작은 행동과 선행이 하느님의 큰 계획 속에서 귀하게 쓰인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사랑을 나누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때마다 그분의 사랑과 은총으로 함께해 주십니다. 아멘.
(2024, 09.25 수요일 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