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오에서 보여주신 신앙의 경험

얼마 전에 산티아고 성지순례를 함께했던 사람들을 만났는데 1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스페인말을 못해서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지 못해서 햄버거만 계속 사먹었던 얘기며 그 밖의 에피소드를 나누며 한참을 웃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추억은 아무리 가족이라 하더라도 같은 경험을 하지 않으면 공유할 수 없고,그냥 외인일 뿐입니다. 그만큼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것은 비단 순례길을 걸은 경험이나 여행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의 삶을 살면서 경험하는 많은 일들도 그것을 서로 공유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어가는 인생살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의 신앙이 약해지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같은 경험을 나누는 사람들이 그 추억을 통해서 신앙을 회복하거나 더욱 견고해질 수 있습니다. 머리가 복잡하고 삶이 힘들 때 좋은 경험을 함께 했던 친구를 만나 옛추억을 나누면서 서로 용기를 북돋아줄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32절의 말씀에 의하면 엠마오로 오는 길에서 주님께서 말씀을 풀어주실 때에 그들의 마음이 뜨거웠습니다. 그렇게 말씀을 들을 때 마음은 뜨거웠지만, 그 말씀을 하시는 분이 부활하신 주님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식사 자리에서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후에 떼어 나누어 주실 때, 그 때서야 그들의 눈이 밝아져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말씀을 들을 때 주님을 알아봐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들은 말씀을 들을 때가 아니라 빵을 떼어 주실 때 비로소 주님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게 바로 신앙의 경험입니다. 신앙의 경험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가 말씀을 듣고 말씀에 순종하여 사는 것도 참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신앙의 경험입니다. 신앙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굳건한 말씀의 자리로 갈 수 있습니다.

물론 분명한 것은 우리의 신앙은 말씀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그런데 말씀 위에 우리의 신앙이 세워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신앙의 경험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하여 빵을 나누시는 예수님께 대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들이 빵을 떼어주실때 예수님을 알아보는 눈을 떴습니다. 최후의 만찬 때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실 때의 경험이 있었기에 절망의 순간에서도 예수님을 알아보는 눈이 떠지게 된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에게 경험은 중요한 것입니다. 매 주일의 미사성제에서 당신을 나누어주시는 성체 성사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주님을 인생길에서 알아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일 미사를 열심히 지키는 신자들은 그 경험이 신앙의 발전을 가져오고 주님을 알아보는 눈뜨임의 축복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더불어 특별히 좋은 믿음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신앙의 공동경험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 경험을 통해서 서로를 말씀 위에 굳건하게 세워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 오해할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좋은 믿음의 친구들과 나누는 사랑의 친교 없이는 신앙이 바르게 자라기 쉽지 않습니다. 교회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신자들간의 친교입니다. 서로 믿음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좋은 신앙의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약해진 마음에 힘을 더해 주고, 우리의 믿음이 흔들릴 때 우리를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만나야 합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참으로 아쉬웠던 것 가운데 하나가 친교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같이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친교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신앙이 성장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냉담으로 떨어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친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그렇습니다. 이제는 믿음의 교제를 통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야 하고, 좋은 경험을 함께 해야 하고, 서로 함께 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믿음의 한 공동체, 하느님의 나라를 경험하는 공동체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성당도 구역별로 반모임을 다시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구역미사를 통해서 서로 만나 신앙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가기로 하였습니다.

혼자서 아무리 열심히 믿음생활을 하여도 절대로 인생길에 동행하시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아름다운 신앙의 체험이 우리의 믿음의 눈을 뜨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적극적으로 반모임이나 단체모임 그리고 구역미사에 참여하여 은혜받도록 인생길을 다시 조정해야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