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3 주간 강론

언젠가 식당에서 인심 좋게 음식을 건네주는 주인 아주머니 손가락에 묵주반지가 끼워져 있다. 반가운 마음으로 “아주머니, 천주교 신자시네요? 어느 성당 다니세요?” 하고 물으니, 그랬더니 “무신, 지금은 성당 안다녀요. 시누이 따라서 한동안 열심히 다녀봤는데, 예수님과 나는 잘 안 맞나 봅디다. 식당도 잘되고 자식도 장가 잘 가게 해줄까 해서 한동안 열심히 다녔는데 그 이후로는 장사도 더 안 되고, 안 아프던 몸까지 아프기 시작하고…” 예상치 못한 대답에 매우 당황스러워 “그러면 그 묵주반지는 왜 아직도 끼고 있으세요?” 물으니, “이게 금반지라서 그러지요.” 그래도 이 아주머니가성당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는 나름 어떤 기대가 있었을텐데… 자신이 원하던 방식대로 삶이 풀리지 않자 실망한 것이다.

사실 오늘도 이러한 일들로 성당에 안 나온 사람들이 꽤 있는 걸로 알고있다. 엊그제 수능 성적통지서가 전달된 것으로 아는데, 그동안 100일 기도도 하고 열심히 다른 교회 봉사도 했는데 받아본 성적표가 기대에 훨씬 못미친 경우는 ‘내가 그동안 어떻게 기도하고 봉사하고 주님을 믿었는데… 이따위 결과를 주시냐면서 내가 다시는 성당에 나가면 성을 간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 분들일 것이다.

오늘 복음에는 이 아주머니처럼 예수님께 실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이다. 세례자 요한이 옥에 갇히자 그의 제자들은 세례자 요한이 벌써부터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소개하였기때문에 자기들이 기다리던 메시아로 알고 있었고, 그래서 옥에 갇힌 스승 세례자 요한도 곧 그 분께서 풀어주시고, 구약의 메시아의 모습으로 활동을 하실 것으로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한지도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메시아로서 기대했던 해방 운동이나 정치적인 움직임은 고사하고 그의 제자들은 먹고, 마시고, 더욱이 세리와 죄인들과 어울려 논다는 소문이 무성하니, 그가 정말 우리가 기다리던 메시아가 아닌게 확실하다면서 세례자 요한을 찾아가 분통을 터뜨렸던 것이다.

이에 대해 세례자 요한은 제자들에게 ‘소문이나 드러나는 현상만 가지고 판단하지 말고 그분에게 가서 직접 물어보라면서 예수님께 제자들을 보내어 직접 물어보라고 이른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마태 11:3) 요한의 의도는 ’너희들이 그분께 가서직접 만나 뵙고 말씀을 듣고 그분이 바로 메시아이심을,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깨달으라‘는 것이었다.

이 질문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듣는 것을 전하여라.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사람들은 예수님에 대한 기대와 교회에 대한 기대가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방식으로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곧 실망과 비난으로 바뀐다. ‘호산나’를 외치며 예수님을 환영했던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자 즉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는 성난 군중이 되었다. 그 전에도 예수님께서 먹을 것을 주고, 고쳐주고, 살려주신다는 소문에 기대를 걸고 수만은 군중이 예수님을 따랐지만, 예수님께서 이제는 더 이상 세상 것에 연연하지 말고 하느님 나라를 얻기 위해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 오라는 말씀에, 즉시 예수님께 등을 돌리며 욕을 하고 비난하면서 떠나갔다. ‘지금도 너무 힘들고 벅차서 뭔가 해줄까 해서 온건 데, 십자가를 더 지고 하느님 나라에 가는 길이라고? 웃기고 있네…’

오늘날에도 그리스도교에 대해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이 교회와 사제들에게 실망하면서 싸잡아 ‘사이비’라고 비난하며 교회를 떠나고 있다. 너무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람들에겐 오직 지금 자기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셔야 하는 기대감만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주님의 역사하심은 의미가 없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고보 사도는 제2독서를 통해서 “형제 여러분, 주님의 재림 때까지 참고 기다리십시오. 땅의 귀한 소출을 기다리는 농부를 보십시오. 그는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맞아 곡식이 익을 때까지 참고기다립니다. 여러분도 참고 기다리며 마음을 굳게 가지십시오. 주님의 재림이 가까웠습니다.”

그렇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 고 하시며, 하느님 나라를 얻기 위해서는 오직 예수님을 통해야만 하고, 예수님의 역사하심에 대한 수용의 문제는 결국 자기가 넘어서야할 과제라고 분명히 말씀하신다.

우리는 대림시기에는 더욱 더 예수님께 대한 기대와 바램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구하고 있지만, 혹여 실망과 좌절로 믿음생활에 상처를 입을 수도있다. 물론 우리의 예수님께 대한 기대와 바램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예수님보다 더 소중할 수는 없다. 정작 우리가 예수님을 소유하지 못하면 우리의 구원도, 하느님의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기대와 기도에 빠짐없이 응답하시는 예수님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고, 자신이 지금 예수님과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면 직접 예수님을 찾아 만나려고 더 애써야 한다. 그리고 그분께 물어야 한다. “당신이 정말 저를 사랑하시는 주님이 맞으십니까?” 이 질문에 주님께서는 분명한 답을 주실 것이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다시 한번 여러분 모두가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이땅에서 하느님 나라를 소유하는 영광의 상속자가 되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