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2주일 – ‘회개하라’

오늘은 대림 2주일입니다. 그래서 대림환에도 2개의 초를 켜 놓았습니다. 첫 번째 초는 지난 주에 켜놓은 ‘희망의 촛불’이고 오늘은 ‘평화의 촛불’입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이 답을 주고 있습니다. 그 평화는 오직 주님에게서 오는데, 그 길을 우리가 닦으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 주님의 길을 닦는 최고의 방법은 오직 진정한 ‘회개’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이 회개라는 말의 의미가 성서에 몇 가지 나오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히브리어로 ‘나함’이라는 말과 ‘슈브’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함’은 ‘뉘우친다’. 그리고 ‘슬퍼한다’ 라는 뜻이고, ‘슈브’는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종합하면 회개란 ‘자기 죄를 뉘우 치고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감’을 의미합니다.

탕자의 비유(루카 15,11~32)에 보면 작은 아들이 자기에게 돌아올 유산을 가지 고 집을 나가서 몽땅 탕진해 버립니다. 그리고 그가 알거지가 되었을 때 비로소 자기가 아버지께 죄를 지은 줄 알고 뉘우치게 됩니다. 이것이 ‘나함’입니다. 그러나 이런 ‘뉘우침’만 가지고는 회개라고 말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마침내 작은 아들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생각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돌아가면 동네 사람들로부터 조롱의 손가락질을 당할게 뻔하고, 아버지한테도 엄청 혼날 것이고, 어쩌면 넌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라고 내쫓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작은 아들은 아버지에게로 돌아갑니다. 자기가 죄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아들이라고 인정받지 못하고 머슴이라도 좋으니 아버지께 잘못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돌아갑니다. 이것이 회개입니다. 이런 회개는 앞뒤 따져서 뭐가 더 나은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주님께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본당에도 냉담 교우가 아주 많은데 만나서 대화를 해보면 자신이 성당에 다시 나가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신앙생활을 중단하고 있는 것을 후회하면서도 대부분 냉담하면서 알게 된 세상 잔 재미들 때문에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의 삶의 모습이 정말로 잘못인줄은  알고 있지만, 그 잘못으로 주어지는 재미와 돈 맛 때문에 그것을 절대 끊지 못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살 면서 얼마나 많이 잘못하고 또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까? 그러면서도 과감히 자기의 악습을 끊고 돌아오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뉘우침’은 되는데 용기를 내어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후회하고 뉘우치지만 그냥 그 것 뿐이고, 용기를 내어 잘못을 끊고 돌아갈 의지를 가지지는 못하는 이런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그 자체가 죄라는 생각도 사라지게 되고 이제는 용서받지 못하여 지옥에 갈 처지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 다.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즉시 돌아가지 못하는 것보다 안타까운 일도 없습니다. 또한 알면서도 그게 좋아서 돌아가지 않는 것보다 처량한 것 도 없습니다.

어떤 형제가 고해성사를 보는데 냉담한 지 3년이나 됐다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냉담을 풀고 나온 모습에 너무도 반가워서 그동안 지은 죄를 고백하라고 하니, ‘그동안 성당만 안 나왔지 다른 별 죄는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냉담한지 3년이나 됐으니 혹시 죄를 지은 것이 있나 다시 생각해 보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죄는 없다’고 합니다. 참말로 대단한 신자이지요. 저는 하루를 살면서도 수많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 같은데 3년이 넘는 동안 냉담한 사람이 성당에 빠진 것 빼놓고는 죄가 없다면 바로 성인으로 시성되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우리 영혼이 세상과 짝하여 흐려져 있으면 절대로 자신이 얼마나 큰 죄인이지 도 알지 못합니다. 마음이 이미 흙탕물이면 자기 죄가 보일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죄를 모르면 고칠 수가 없고 자신을 알지 못하면 평생 신앙의 불구자가 됩니 다.

이 대림절은 기다림의 시간이자 회개의 시간입니다. 회개란 우리의 삶의 방향을 근본적 으로 뜯어고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회개는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것입니다. 성탄을 준비하면서 생각이나 말로 서만의 회개가 아니라 나함과 슈브가 함께 어울어진 은총의 귀한 시간이 되시길 축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