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1주일 – ‘늘 깨어 있으라’

동창 신부들을 가끔 만나면 다들 회갑을 넘긴 탓인지 부쩍 건강에 대한 주제가 대화의 주종을 이룬다.  치매 예방을 위한 방법’에 대해 서로 묻거나, ‘은퇴 후의 건강 유지법등등 끝이 없다. 그런데 한번은 우리가 살아온 날수를 따져보니 대체로 21,500일 남짓 살았는데, 한국남성 평균 기대수명으로 보아 앞으로 약 7천일 정도만 더 살면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물론 이것도 우리가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전제로 한 경우이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생각보다 짧게 남았기에 매우 당황스러우면서도 하루하루 매 순간들이 더욱 가치있고 의미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시편 저자가저희의 날수를 셀 줄 알도록 가르치소서. 저희가 슬기로운 마음을 얻으리이다. ” (시편90:12) 하며 노래했나 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웰빙(well-being) 이라는 말이 보편적인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말 그대로삶의 질을 강조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해온 것이다.  그래서웰빙족이 등장하고,  이들이 제시한 삶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현재를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방법으로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이렇게 살면 이 땅에서 정말 오래 오래 살것이라는 환상을 갖게 되었고, 점차 인생의 본질을 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현재처럼 건강하게 오래사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죽음을 건강하게 맞이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서양 속담에죽음은 사람을 잊지 않는데 사람은 죽음을 잊고 산다.’ 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은 우리가 곧 떠날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산다는 것이다.

어머님께서는 생전에 때때로막내신부, 내가 자다가 죽을 수 있게 얼른 기도해줘…’ 라고 청하셨다. 한번은 농담으로, 어머니. 꼭 오늘 밤에 천국에 가시도록 기도할께요.’ 했더니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벌써 기도하면 어떻하냐.” 고 말씀하셨지만 어머니는 늘 그 때를 준비하셨다. 그리고 어머니께서는 선종하시기 전막내신부, 고마웠어.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리다가 신부가 올 때 제일 먼저 마중 나갈께.” 하시며 주님 안에서 당신의 인생을 마감하셨다.

사실 잘 죽는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잘 살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깨어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기가 처한 현실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인생을 정리하고 마무리할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인데, 정작 우리가 떠날 그 날을 준비하면서 살 때 현재도 행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오늘부터 시작되는 대림절은 빛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는 시기이며 동시에 우리의 죽음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주님의 오심이 우리의 영원한 복락, 천국의 삶이 시작되는 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주에는 희망의 촛불, 둘째 주에는 평화의 촛불, 셋째 주에는 기쁨의 촛불, 넷째 주에는 사랑의 촛불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의 촛불을 켜 들고 주님 탄생을 축하하게 된다. 이렇게 큰 기쁨의 잔치에 빠짐없이 참석할 수 있도록 오늘을 잘 살아야 하겠다.

늘 깨어 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