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신앙 (연중 32주일)

위령성월이 시작된 11월의 첫째 주일입니다. 위령성월이라고 하면 조금은 우울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죽음이라는, 누구도 피할 수 없이 한번은 부딪혀야 하는 순간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께서 약속하신 부활을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이상 죽음은 두려움이거나 절망의 끝이 아니라 기다림의 대상일 수 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가 대부분 신앙적으로는 부활을 믿으면서도 부활의 삶에 대해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해보는 경우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온통 현재 사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부활한 후에 어떤 모습으로 영원히 사는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이 부활의 삶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는데, 특히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니까  율법이나 잘 지키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복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어쩌면 요즘 많은 신앙인의 생각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부활보다는 지금 잘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가이파 사람들의 질문에 대해서 분명하게 부활이 있고, 부활의 삶은 다음과 같다고 예수님께서 확인을 해주시는 내용입니다. “너희는 성경이나 하느님의 능력을 잘 모르기 때문에 부활이 없다고 하는 말이다. 부활 때에는 시집도 안 가고 장가도 안 가고 천사와 같아져서 다시는 죽는 일도 없다” 고 하십니다. 우리는 죽은 후에 맞게 되는 부활의 삶을 현세의 연장선으로만 생각을 하니까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현실의 삶은 우리가 가족과 남녀의 결합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가정과 사회공동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활 후에도 우리는 혈연 지연 등으로 다시 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주님 말씀에 따르면, 우리가 부활할 때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신령한 몸으로 변하기에 더 이상 나이도 먹지 않고 의미도 없게 되고, 이미 육신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영원히 죽지도 않고 병 들지도 않고 더욱이 현재의 모든 가족관계도 사라지고, 시집 장가를 가지 않아도 늘 행복하게 사는 신령한 영적 존재로서  천사와 같은 존재가 된다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참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바나나를 본적도 없는 사람에게 바나나 맛을 설명하기도 힘든데, 아직 죽음도 잘 모르는 우리들이 부활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부활 후의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제자들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과 3년이나 같이 살면서 기적도 보고 설교도 들으면서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에서 자기들도 덩달아 잡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예수님을  배반하고 부인하고 멀리 도망쳤던 비겁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보고 난 후부터는 이 사람들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두려움에 다락방에 숨어서 살던 사람들이었는데, 갑자기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부터는 세상에 없던 평안함과 담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다락방을 박차고 나와서는 자기들 목숨을 내놓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들이 부활을 확실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부활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서 그 부활이 사실임을 확신하게 된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서야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도 신앙 안에서 예수님, 그것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야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져보고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본질적으로, 신앙 안에서 새롭게 변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도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곧 사라질 이 세상에 우리 인생을 올인하는 어리석은 삶에서 벗어나야 참 자유를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부활을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기를 쓰면서 더 가지려고 더 채우려고 더 누리려고 애를 쓰며 살아온 것 아닙니까?

 

여러분, 주님 안에서 살다가 부활하리라는 믿음을 한번 더 고백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우리의 이 세상 삶도 의미가 있고 은혜를 받게 됩니다. 아무리 주님을 믿어도 부활을 기다리지 않는 인생은 부활하지 못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부활을 다시한번 믿고 고백함으로 세상에서도 은혜 받고 죽은 후에는 꼭 부활하여 영생을 누리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