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25: 연옥 영혼이 살아 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까요? 2

‘연옥에 있는 영혼은 스스로 기도하거나 천국에 갈 수 없다. 우리의 기도와 희생이 있어야만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 맞는 말일까요? 반은 맞고, 반은 맞지 않습니다.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이유, 기도해야 하는 이유는 연옥 영혼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연옥 영혼 역시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결합되어 있기에 자신을 위해 기도할 수 있고, 정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결합된 이들은 천상교회(개선교회, 승리교회) 혹은 지상교회(투쟁교회, 순례교회) 혹은 연옥교회(정화교회)에 속해 있습니다. 사도신경에 나오는 ‘성인들의 통공’(communio sanctorum, 여기서 communio는 ‘친교’, ‘통공’이고, sanctorum은 ‘거룩한 사람들’(남성 복수 2격) 혹은 ‘거룩한 것들’(중성 복수 2격)로 번역될 수 있는데, ‘거룩함’은 하느님과 관련됩니다)이란 세 교회에 속한 사람들의 기도와 공로가 서로 통한다는 것입니다. 세 교회에 온전히 속한 이들이 하느님 교회의 구성원이고, 이들의 기도는 ‘친교’하고, ‘통공’합니다.

 

중세 이래 ‘연옥’은 지옥과 비슷하게 오해되었습니다. 그 당시 누구나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었고, 때론 준비 없이 그리스도인이 되었기에, 하느님 사랑과 자비, 죄와 벌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기회가 적었고, 죄지으면 지옥 간다는 단순한 교리에 치중했습니다. 천국이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는 지복직관(1코린 13,12 참조)의 세계이고, 지옥이 하느님과 완전히 차단되어 고통받는 상태라면 그 중간상태인 연옥도 필요합니다. 연옥이란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구원을 보장받은 이가 천국에 가기 위해 준비하고 정화하는 상태입니다. 연옥 영혼의 정화를 돕기 위해 지상교회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은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 희생, 자선, 보속 등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옥 영혼은 살아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까요? 이 주제는 신학자에 따라 견해 차이가 있습니다. 연옥을 인정하지 않는 개신교에서는 논의 자체가 불가하고, 일부 가톨릭 신학자들은 연옥에 있는 영혼은 죽음 이후 육신이 사라졌고, 더 이상 온전한 인격체가 아니기에 자신을 위해 기도하거나 살아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대 주장도 많습니다. 기도하는 능력은 본래 육신에 속한 것이 아니라, 영혼에 속한 것입니다. 인간을 영혼과 육신으로 구분할 수 없지만, 육신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영혼입니다. 인간에서 영혼을 빼면 그저 흙의 먼지일 뿐입니다.(창세 2,7 참조) 영혼이란 육신을 인간으로 존재하게 하는 힘과 원리이고, 하느님과 관계 맺게 해 주는 것입니다. 인간은 영과 육의 단일체이지만, 그 둘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연옥에 있는 모든 영혼이 우리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천국에 거의 다다를 만큼 충분한 정화 과정을 거친 영혼은 지상의 우리보다 더 잘 기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옥교회에 속해서도 함께 기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금 천국에 머무는 존재 역시 영과 육의 단일체가 아니라, 아직은 영혼이 구원된 존재입니다. 육신의 부활은 마지막 날 예수님 재림 때 이루어진다고 사도신경이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출처: 서울주보 제4면 (2022. 0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