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24: 연옥 영혼이 살아 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까요? 1

천주교 신자 중 ‘식사 전 기도’ 외우는 사람은 드물지 않지만, ‘식사 후 기도’까지 외우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식후 기도 마지막은 이렇습니다.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살아 있는 우리는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런데, 연옥 영혼들이 살아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할 수 있을까요?

 

개신교와 달리 가톨릭교회는 한 인간이 죽으면 천국이나 연옥 혹은 지옥에 간다고 가르칩니다. 천국 가기에 합당한(!) 사람은 천국 가고, 지옥 가도 마땅한(?) 사람은 지옥 가는데, 천국 가기 애매하고, 지옥에 갈만하지 않은 대다수 사람들은 일종의 중간상태인 연옥에 간다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입니다. 개신교에서 연옥이 없다고 하는 신학적 근거는 인간의 죽음과 관련됩니다. 창세기 2장에 따르면 인간은 하느님께서 흙으로 빚으신 후 당신 숨결을 불어 넣으셔서 창조된 존재라 합니다. 개신교 신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영과 육으로 이루어진 단일한 존재이고, 살아있을 때 영과 육이 완전히 하나이기에, 죽음 후에 영과 육은 함께 소멸한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죽음 후 영혼만 남지 않고, 죽는 순간 부활하거나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개신교에서는 연옥이란 있을 수 없고, 가톨릭교회가 지어낸 이야기라 합니다.

 

인간은 영과 육으로 이루어진 단일체이고, 영과 육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가톨릭교회도 동일합니다. 하지만 영(혼)은 육(신)보다 더 근본적인 본질이고, 육신처럼 썩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영혼이 불멸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하느님께서 불멸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본성적으로 하느님과 함께한다면 불멸을 희망할 수 있습니다. 영혼이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면, 천국은 물론 연옥의 존재도 가능합니다.

 

‘연옥’이란 단어가 처음 교회에 사용된 것은 12세기 전후이지만, 죽은 이를 위한 기도는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모든 인간의 구원을 바라시는 하느님은 모두에게 구원될 가능성을 주셨고,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과 신앙을 원하십니다. 살아서는 물론 죽은 다음에도 회개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정화의 시간을 주십니다. 하느님 은총과 사랑을 알지만, 아직 온전히 정화되지 못 한 사람들은 죽은 다음에 정화의 시간을 거쳐야 합니다.

 

연옥에 대해 성경은 직접적 증언을 하지 않습니다. 성경에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 들어 있지만, 사도 바오로도 성경에 모든 것을 다 기록하지는 않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밖의 것은 내가 가서 일러 주겠습니다.”(1코린 11,34) 하느님의 가르침, 즉 계시는 성경과 성전(聖傳 Traditio)을 통해, 사도들과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주어진다고 가톨릭교회는 가르칩니다. 연옥이란 ‘정화소’(淨化所, Purgatorium)입니다. 연옥의 불은 벌을 주는 지옥의 불과 다른 것인데, 깨끗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하느님 사랑의 불입니다. 정화시키는 하느님 사랑의 불을 통해 정화되고 순수해져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 주 다룬 연옥을 근거로 다음 주에는 연옥 영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출처: 서울주보 제4면 (2022. 07.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