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22: 왜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셨을까요?

그리스도’(Christus, ΧρԀστƼƲ)란 단어 뜻은 ‘기름부음 받은 사람’입니다. 구약 시대에 기름 부음을 받는 경우는 하느님 사명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선택된 경우인데, 왕, 사제, 예언자 등에 해당합니다. 사무엘기 상권 16장을 보면, 하느님 선택으로 사무엘이 어린 다윗에게 기름 붓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수’(Jesus)란 단어 뜻은 구약의 눈의 아들 여호수아나 예언자 호세아와 어원이 비슷하고, ‘구원’이란 뜻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에서 ‘예수’는 이름이고, ‘그리스도’는 이분에 대한 칭호입니다. 마리아의 아들로 나자렛에서 자란 예수라는 사람을 나중에 그리스도, 즉 메시아, 구세주라 부르게 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어떤 분이라 할 수 있을까요? 사도요한은 예수님이 직접 뽑아 세운 12사도 중 한 명이었고, 가장 사랑받던 제자라 합니다. 십자가에서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 다른 제자들은 도망갔지만 끝까지 예수님과 함께 했고,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직전 어머니 마리아를 요한에게 맡기실 만큼 신뢰가 두둑했던 제자입니다.(요한 19,26-27 참조) 요한복음은 주님이자 친구였던 예수님에 대한 증언입니다. 요한복음은 총 21장인데, 21장은 부활 이후의 기록이고, 아마도 요한이 쓴 내용이 아니라 후대에 첨가된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면 요한이 쓴 내용은 20장까지인데, 요한은 마지막 구절인 20,31에는 복음서를 쓴 목적에 대해 기록합니다. “이것들을 기록한 목적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복음은 ‘말씀’에 대한 이해와 강조가 중심입니다.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 1,1) 창세기 1장을 보면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니 세상이 시작되고, 낮과 밤이 생겼다고 합니다. 말씀을 통해 세상이 시작되고,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하시는 하느님이신데, 요한은 그 ‘말씀(Logos)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 가운데 계신 분’(요한 1,14 참조)을 예수님이라 증언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후 새로운 세상이 시작됩니다.

 

왜 하느님의 말씀은 사람이 되셨을까요? 한 마디로 인간을 구원하시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랑의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참 행복의 길을 가르쳐 주십니다. 불완전하고 고통 가득한 인간 삶 안에서 참된 행복의 길을 가르쳐 주십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 예수님은 하느님께 가는 길, 구원의 길입니다. ‘길’(道)을 깨우친다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따라가는 것이고, 이 길이 구원의 길, 생명의 길, 행복의 길입니다.

 

왜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셨을까요? 우리에게 인간다운 삶의 길을 알려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처럼 살면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결국 이 길이 옳다고 믿고 사는 것이 신앙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는 인간이 살면서 겪는 모든 문제에 대해 때론 말로, 때론 삶으로 직접 올바른 답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이 가신 길을 잘 따라오라고 초대하고 도와주십니다. 예수님은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삶에 지치고 힘든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처럼 해봐요, 요렇게!”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출처: 서울주보 제4면 (2022. 0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