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성전 설계에 대한 생각 4

글을 깨치지 못해 문맹률이 높던 시절, 성당의 유리화는 성서와 교리를 가르치는 시각적 교재이기도 했습니다. 신비를 형상화한 유리화의 그림이 기도를 돕는 아름다운 빛과 어우러져, 인간의 언어가 다 표현하지 못하는 진리를 전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새 성전에 놓일 세례대가 왜 팔각형인지, 성유대에 있는 세 종류의 기름은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묻고 답하는 것이 신비 교육이 될 터입니다. 그뿐만입니까? 십자가의 길 십사처, 감실과 성체등, 제대와 독서대, 성전을 이루는 어느 하나도 그렇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聖미술품이라고 부릅니다.

 

반포성당에서만 볼 수 있는 성미술품도 있을까요? 이스라엘에 가면 예루살렘 시온산 남동쪽 언덕에, 종탑 꼭대기에 베드로의 닭이 올려져 있는‘베드로 회개 기념 성당’이 있습니다. 유럽의 성당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한국에서는 아마도 반포성당 지붕 삼각 유리화 위에 있는 닭이 유일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떻게 우리 성당에 베드로의 닭이 올려졌는지에 관한 문헌 자료는 없습니다. 우리 성전에 유리화를 남기신 남용우 마리아 님께서 주임신부에게 들려주신 육성 증언으로는 성전이 거의 완공될 무렵, 당시 유럽에 계시던 본인의 제안으로 김교만 아우구스티노 님께서 디자인하시고 어느 철물점에서 뚝딱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 저게 뭐지? 통상 십자가가 서 있을 자리를 차지한 우리 성당 베드로의 닭은 지난 46년 간 많은 물음과 화제를 던졌습니다. 또한 ‘그리스도 왕’을 주보로 하는 우리 본당의 성전 안에는 십자가 대신 김교만 님의 작품으로 전해오는 ‘예수 부활상’만 있었을 뿐입니다. 십자가를 그린 승리의 깃발을 들고 계신 예수님의 모습이었지만, 결국 1991년 이창림 라파엘 님의 십자고상이 대신하게 됩니다.

 

글쎄요. 때때로 신비 교육은 답보다 물음이 더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왜 반포성당에는 십자가가 없을까? 왜 베드로의 닭과 예수 부활상만 있을까? 베드로가 흘린 회개의 눈물 없이 십자가를 지지 못합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도 없습니다.

 

여하튼, 새 성전, 제대 위에는 그 십자고상이 다시 드리우고, 지붕의 삼각 유리화 위에는 베드로의 닭이 다시 오릅니다. 다만 지금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베드로의 닭은 방향을 조금 틀어 북서쪽 강 건너 새남터와 절두산을 향할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이들이 궁금해하고 서로 묻고 답할 것입니다. 저 닭이 뭐지? 어디를 보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