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듬고 꿈꾸는 날

‘옛 성전을 보듬고 새 성전을 꿈꾸는 날’ 행사가 6월 19일 주일 성황리에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임시 성당, 본당 성전 1층과 마당에서 아래 세 가지 목적하에 나뉘어 치뤄졌습니다.

  1. 새 성전 최초 설계 후, 일 년여 동안 고치고 또 고쳐 힘들게 탄생한 설계안 설명회와 모형 전시
  2. 옛 성전을 기록하고 추억하기 위해 제작한 본당 건축 책과 각종 기념품 판매
  3. 옛 성전 멸실 전, 친교를 나누며 새 성전 건립의 각오를 다지는 마지막 마당 잔치
현수막

행사 전날, 출판 인쇄 사정으로 당일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던 본당 건축 기록서 [반포성당 짓기 1]이 기적적으로 도착했습니다. 성전 1층에서는 아브라함방 -> 야곱방 -> 이사악방의 순서로 동선을 잡아 새 성전 모형, 건축 책과 기념품을 배치하고, 마당에서는 국수 잔치 준비를 위해 천막과 탁자 등을 설치하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반포성당 짓기]를 처음 개봉하시는 고석준 아우구스티노 주임신부님과 이준영 알베르토 총회장님(왼쪽)
아브라함방에 설치된 새 성전 모형 (사진 제공: 공간건축)
아브라함방에 설치된 새 성전 모형 (사진 제공: 공간건축)
[반포성당 짓기] 매대가 설치된 아브라함방
묵주, 통자석 스티커, 소액자 매대가 놓여진 야곱방
소액자로 제작된 수채화의 원작도 함께 전시
스카프와 사진 엽서집을 판매한 이사악방

드디어 맞은 ‘보듬고 꿈꾸는 날’, 교중미사를 마치자마자 새 성전 설계 설명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발표를 맡은 공간건축 이상림 알렉산더 회장님은 “1974년 건축에 입문할 당시, 옛 성전을 건축하신 유희준 비오 교수님께서 성 라자로 마을 건축을 끝내고 반포성당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바로 그 성전을 허물고 새 성전을 건립해야 한다는 데 대한 부담이 크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말문을 여셨습니다.

공간건축 이상림 알렉산더 회장님의 새 성전 설계 설명

반포성당에서 설계에 반영하도록 요구한 사항들은 실질적이었습니다. 넓은 마당과 1,000석의 성전, 100대 주차장이 핵심이었는데 이를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기존 성전의 정신을 어떻게 보듬을 것인가 또한 숙제였는데, 반포성당의 상징인 지붕의 삼각형 유리화를 유지하기 위해 지붕을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했지만 그래도 소규모 옥상 정원과 전망대 기능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성전 입구에 세례대를 만들어 50명 정도 모여 행사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이를 연장하면 제단 중심과 정확히 만납니다. 제단 뒤 통로와 사제관을 연결해 사제의 입퇴장이 원활하도록 구상했습니다. 제단 위 높은 천창으로부터 하늘의 빛이 쏟아져 ‘기억과 미래가 공존하는 새 성전’이 펼쳐지도록 했습니다. 제단 벽과 천장이 만나는 곳에서 하늘의 빛이 벽을 타고 내려옵니다. 밝기도 하지만 빛이 벽을 부드럽게 감싸고 흘러내리는 형상이 연출될 것입니다.

 

2층 성가대 뒤편에 4.5m~5m 높이의 파이프오르간 공간을 확보해 두었습니다. 당장 모든 시설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향후 확장과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 시 그 여지를 남겨 둔 것입니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자연 환기와 채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반포성당 새 성전은 아마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초로 지어진 교회 건물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측면창과 고측창을 활용한 자연 환기를 중시했습니다. 변화하는 도심 속 새로운 반포성당의 탄생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새 성전 투시도 (제공: 공간건축)

본당 마당으로 자리를 옮겨 여성총구역회에서 준비한 국수와 파전, 막걸리를 먹으면서 성전 재건축 전 마지막 마당 잔치를 즐기고 그 의미를 새겼습니다.

아브라함방에서는 새 성전 모형을 유심히 관찰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새롭게 지어질 성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분들이 많이 계셨고, 그동안 성전 재건축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분도 자신의 입장이 바뀌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마당 국수 잔치 (사진 제공: 수류산방)
새 묵주를 축복하시는 박유민 신부님과 자리를 빛내주신 수녀님들 (사진 제공: 수류산방)
새 성전 모형과 이미지 감상 (사진 제공: 수류산방)
질문에 답하시는 이상림 알렉산더 공간건축 대표님 (사진 제공: 수류산방)

[반포성당 짓기] 책과 기념품 판매 수익금 전액이 새 성전 건립 기금에 보태진다는 사실을 아시는 교우님들이 성공적인 재건축의 염원을 담아 책과 옻칠 자개 묵주, 통자석 스티커, 소액자, 스카프와 사진 엽서집을 적극적으로 사 주셨습니다.

[반포성당 짓기 1] 책 판매 (사진 제공: 수류산방)
묵주 2종 판매 (사진 제공: 수류산방)
스카프 2종 판매 (사진 제공: 수류산방)

‘옛 성전을 보듬고 새 성전을 꿈꾼’ 2022년 6월 19일은 본당 역사상 전무후무한, 반포성당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의 시공에서 교차한 4차원적인 매우 귀한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날은 단지 하루에 그치는 행사가 아니라 새 성전이 완공돼 마침내 8층 지붕 삼각 유리화 꼭대기에 다시 선 ‘베드로의 닭’이 반포성당의 새 시대를 알리며 힘차게 홰를 칠 그날까지 쭉 이어지리라 기대합니다.

 

본당 재건축 전 마지막 마당 잔치를 겸해 본 행사를 기획하신 신부님과 사목협의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준비하신 많은 봉사자들, 그리고 뒤에서 응원하며 협조해 주신 교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이 모든 것을 가능하도록 이끄신 성령님께 지극한 찬미와 영광을 바칩니다.

 

반포성당 새 성전을 지으며 바치는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