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성전 설계에 대한 생각 3

미국 뉴멕시코 주의 수도 산타페에는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이 있습니다. 기적의 성 요셉 계단으로 유명하지만, 성전에 들어서면 중앙을 차지한 엄청난 크기의 세례대에 놀라게 됩니다. 성전 문에서 제단까지의 중간 위치는 신앙 여정을 나타내고, 항상 물이 감도는 바닥은 십자가 모양인데, 거기서 “사흘 안에”를 뜻하는 세 계단을 올라가면, 세례대 상부는 8각의 형태로 여드레 날, 천지창조 7일 후 첫날, 주간 첫날, 곧 부활의 날을 표시하고, 물이 흘러 나가는 네 물길은 4복음서를 상징합니다. 세례대의 남쪽에는 성유를 보관하고, 북쪽에는 부활초를 놓습니다. 크기에 상관없이 이것이 세례당, 혹은 세례대의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세례예식이 흐르는 강물에 몸을 담그는 침수에서 머리에 물을 붓는 주수로 바뀌며 세례대가 성전 입구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주거환경이 도시화된 후입니다. 성전에 들어가면서 세례대의 성수를 찍어 바치는 기도문, 곧 “주님, 이 성수로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하시고 모든 악에서 보호하시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는 세례대가 축소되어 성수대로 바뀐 흔적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성당에서는 세례가 제대 앞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성당 대지가 점점 작아지면서 세례대가 마련되지 않은 성당이 흔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세례대의 전례적 가치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였고 이어 전례헌장의 실행에 관한 훈령이 나왔습니다. 산타페 대성당의 세례대도 이러한 가르침을 반영하여 2001년에 봉헌되었습니다. 우리 새 성전에도 전례 공간 입구 로비에 세례대를 놓으면 50명 정도 둘러설 수 있습니다. 세례대에 항상 물이 솟으면, 성수대가 따로 필요 없고, 흐르는 물은 마당의 성모상 옆을 돌아 화단의 흙으로 들어갑니다. 우리 세례대도 감실처럼 6각형을 생각했지만, 세례대의 바닥은 십자가, 상부는 8각 형태가 원칙입니다. 왜 우리 감실과 세례대가 그런 형태인지 서로 묻고 답하는 것이 곧 신비교육이 될 것 입니다. 세례대 근처에 투명하고 견고한 성유대를 놓아, 예비신자성유, 병자성유, 축성성유를 비치하면, 세례로 시작한 성사 생활의 여정을 보여줄 것 입니다. 반포성당의 새 성전에서 세례의 샘이 끊임없이 솟아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 여드렛날을 맞이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