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성당 순례 나들이

반포성당 성전건립위원회는 최근에 보수 혹은 신축한 서울대교구 성당을 둘러보면서 성전 건축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본당 새 성전 설계의 비전을 공유하는 나들이를 기획하였습니다. 2022년 6월 11일(토), 일찌감치 채비하고 모인 40명의 참가자들이 덩달아 들떠 따라나선 초여름 햇살까지 동무 삼아 하루 순례길을 다녀왔습니다. 목적지는 개포동성당, 위례성모승천성당과 양원성당입니다.

 

♣ 누리집 사진방에 성당별 갤러리를 만들었습니다. 사진과 함께 글을 보시면 더 많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버스 출발 직전, 박유민 세례자요한 보좌신부님께서 기도와 강복으로 교우들을 격려하셨습니다. 함께 가길 원하셨지만 서초지구 주일학교 교사 모임에 참석하느라 부득이하게 동행하지 못하는 걸 많이 아쉬워 하셨습니다.

이봉영 엘피디오 성전건립위원장님의 인사 말씀과 행사 취지, 새 성전 건립 계획 등을 들으며 드디어 출발. 각 성당에 도착하기 전, 성전건립위원이신 안우성 프란치스코 건축사님이 방문 성당의 건축 개요를 말씀해 주셔서 사전 이해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진행을 맡은 곽병호 다니엘 간사님의 인도로 차량 이동 중 잠깐씩 묵주기도 ‘환희의 신비’를 바쳤습니다.

30분을 달려 개포동성당에 도착하였습니다. 672평 대지에 연면적 2,817평, 용적율 160%, 지하 3층과 지상 4층으로 지어진 개포동성당은 1992년에 준공, 사용돼오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마쳤습니다. 층고가 높은 1, 2층 총 1,000석 규모의 큰 성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방문 목적은 음향과 조명 시설을 중점적으로 벤치마킹하기 위해서입니다.

오승원 이냐시오 주임신부님의 자세한 설명을 통해 이전 성전의 여러 문제점들이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2017년 부임 이후 기존 벽돌 마감재의 울림과 잔향을 줄이기 위해 건축 음향을 별도로 연구해 고음과 중저음의 조화를 꾀했고, 십자가와 천장의 조명 기구도 특별히 맞춤 제작해 전례에 적절하고도 아름답게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제단 뒤편에 설치된 음향 시스템은 방송국 기술실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설비를 자랑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매립형 전자동 빔프로젝터와 스크린, 프랑스산 유리화의 보수 작업, 지하 교리실과 주차장의 공기 순환, 주차장 바닥재에 대해서도 꼼꼼히 알려 주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세상에 싸고 좋은 건 없다. 비싸고 안 좋은 건 간혹 있어도”라는 신부님 나름의 경험칙이었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두 번째로 찾아간 성당은 위례성모승천성당입니다. 대지 면적 473평, 전체 면적 1,512평, 용적율 94%, 지하 3층과 지상 3층의 아담한 이 성당은 준공년도가 2020년입니다. 성당 입구에 미리 마중 나와 계셨던 이기양 요셉 주임신부님과 김영호 사목협의회 총회장님께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위례성모승천성당의 성전은 현대적 디자인의 타원형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성모순례지성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소박하면서 따뜻하고 평화로우면서 거룩한 곳임이 절로 느껴졌습니다. 양인원 율리아나님은 “성전 문이 열리며 멀리서 제대 한가운데 십자가를 보는 순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님이 나무에 팔 벌리고 계셔서 ‘왜 거기에 계십니까’ 물었습니다. 멀리서도 어찌나 순수무구해 보이시던지요”라는 말씀으로 성당의 십자고상을 처음 접한 순간의 감상을 문학적으로 멋지게 표현하셨습니다.

이기양 신부님의 유쾌한 입담 덕분에 지루한 줄 모르고 성당 구석구석을 돌아보았습니다. 특히 성당 마당 끝에서 도로 방음벽 사이에 조성된 야외 공원과 산책로가 마치 성당을 위해 마련된 것 같아 재밌었고, 또 이런 시설과 조경을 직접 관리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품어 누리는 위례성모승천성당의 지리적 입지가 부러웠습니다.

공원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앞마당, 성가정상과 조경이 어우러진 아늑한 사유의 장소인 뒷마당을 거닐며, 교회에 있어 ‘마당’이란 신자들의 불안한 마음과 거친 호흡을 진정시키고 주님의 평화를 되찾도록 도와주는 영적 ‘숨통’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헤어지기 전, 주임신부님의 제안으로 아마도 이 성당의 지정 포토존인 듯한 계단에 모여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 손에는 선물로 주신 성전 축성 기록집과 2022년 달력을 들고, 다른 손에는 성당 카페에서 내린 맛있는 커피와 시원한 쥬스를 감사히 받아 들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습니다.

예정보다 시간이 조금 지체되는 듯해 얼른 마지막 목적지인 양원성당을 향해 달렸습니다. 사제 연례 피정 중이신 우리 본당 고석준 아우구스티노 주임신부님과 양원성당의 김성만 안드레아 주임신부님께서 잠깐 외출해 양원성당으로 오시기로 했기 때문에 마음이 더 바빴습니다.

양원성당은 대지 면적 436평, 전체 면적 1,481평, 용적율 198%의 지하 2층, 지상 6층 노출 콘크리트 건물로서 작년에 준공되었습니다. 먼저 성당 1층 안쪽으로 쭉 걸어 들어가면 한쪽 벽면을 넓게 차지한 유리화의 아름다움을 가슴 벅차게 만날 수 있습니다. 성모자상을 병풍처럼 둘러싸 호위하면서 저마다 뽐내듯 발색하는 화려한 색조와 황홀한 빛 반사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상에서 미리 맛보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양원성당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해 반포성당을 방문하신 적 있는 김성만 안드레아 주임신부님께서는 건축 경과와 소요 예산, 그리고 현재 미청산 금액까지 그동안의 과정 하나하나를 매우 소상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양원성당의 십자고상은 제단 중앙으로부터 왼쪽으로 약간 치우쳐 있습니다. 검은색의 철재 십자가로 높이가 상당합니다. 성당 설계 때부터 이 십자고상을 미리 염두에 두었으며, 설치 시 제단 바닥을 깊이 파 십자가를 세운 다음 나중에 성전 지붕을 얹었다고 합니다. 주요 성미술품들은 설계에 적재적소가 고려돼 시공 과정에서부터 그 배치 조건이 반영되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전 1, 2층은 물론 제의실, 회합실, 식당과 사제관 침실까지 성당 모든 곳을 다 열어 보여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지하 주차장 시설을 살펴보았는데, 김성만 신부님께서는 “지하를 깊이 팔수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추가되지만, 그렇더라도 돈 걱정을 앞세우지 말고 지을 때 제대로 지어야 하며, 본당 공동체 모두가 한마음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하셨습니다.

두부 전문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하면서 오랜만에 친교를 나누었습니다. 살짝 찌그러진 양은 막걸리 잔을 높이 들고 노래로 건배사를 제안하신 김성만 안드레아 신부님과 어느새 그분의 전수자가 돼 더 많이 부르며 식탁 사이를 누비신 고석준 아우구스티노 신부님의 노랫소리가 아직도 귀에 아른거립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술이나 한잔합시다~” 즐거웠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성당 순례 소감과 우리 본당 새 성전에 바라는 점들을 다양하게 이야기했습니다.

 

  1. 이준영 알베르토님

각 성당마다 주임신부님의 기도 서린 열정을 절실히 느꼈고, 교우들이 한마음으로 일치하고 순명해야 합니다.

 

2. 박동열 라파엘님

개포동성당의 높은 층고, 웅장함과 넓은 지하 공간의 활용성, 위례성모승천성당의 자연친화적 건축, 양원성당의 빛의 아름다움이 인상적이었고, 주임신부님들의 스트레스와 노고가 얼마나 컸을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 박혜정 페트라님

위례성모승천성당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느낌, 성당과 공원과의 연계가 신선했고, 양원성당은 좁은 대지에도 불구하고 공간 디자인이 인간 중심적으로 잘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4. 양인원 율리아나님

주님의 이끄심, 신부님과 신자들이 한마음으로 단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5. 이동림 아녜스님

고전적인 개포동성당에 비해 다른 두 성당은 모던하면서 소박했으며, 특히 양원성당의 대형 철재 십자고상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6. 이원규 베드로님

성전 십자가의 위치를 보면, 개포동성당과 위례성모승천성당은 제대 정중앙에 배치한 대칭형이고 양원성당은 비대칭형입니다. 각각 어떤 느낌을 주는지 생각하며 바라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공감 되는 내용이 많았고, 감사합니다.

 

7. 김강희 비오님

새로 짓는 반포성당이 최첨단 성당이 되기를 희망하며, 잘 되기를 바랍니다.

 

8. 최희숙 마리아님

개포동성당의 성전 입구 전실 설계가 좋았고, 천장 높이도 인상적이었으나 인위적인 조명보다는 자연 채광이 더 좋을 듯합니다. 위례성당은 전체적으로 밝고 푸근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붉은 벽돌 시공을 탈피한 밝은 마감재의 성전 내벽, 나무 바닥재, 성당 카페와 많은 회합실, 지하까지 자연 채광과 통풍이 가능한 설계 등이 좋았습니다. 양원성당은 성당 입구 카페 배치, 회오리 계단의 높은 층고와 개방감, 자연 채광을 유도한 천장 유리창 설계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포성당은 메타버스 시대에 맞게 밝고 환하게 성당을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연 채광이 성전 내부에 최대한 들게 하고 마감재를 기존 성당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처리하면 좋겠습니다. 성당이 미사와 더불어 교우들의 회합과 만남의 장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9. 홍성민 스테파니아님

개포동성당을 자주 다녔었는데 전에 비해 환하고 밝게 보수 되었습니다. 양원성당 들어갈 때 거룩한 느낌을 받았으며, 이콘과 성화가 인상적이었고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이 좋았습니다.

 

10. 정진일 마르코님

개포동성당의 음향과 조명과 환기 시스템을 잘 배웠고, 성전을 건립하는 데 있어 교우들의 관심이 중요하며, 반포성당 새 성전이 최첨단의 앞서가는 시설을 갖추길 바랍니다.

 

11. 백경도 세례자요한님

위례성모승천성당처럼 자연 채광을 활용하는 설계를 원합니다. 반포성당은 그리스도왕을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있으므로 이 주제가 설계에 반영되었으면 합니다.

 

개포동성당, 위례성모승천성당과 양원성당 사례에서 보았듯이, 세상 모든 하느님 집은 주어진 천차만별의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르게 지어져 봉헌됩니다. 반포성당 새 성전은 기존의 대지 면적 612평, 전체 면적 873평, 용적율 83%, 지하1층과 지상 3층 건물이 각각 577평, 3,000평, 200%, 지하 5층과 지상 8층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입니다.

 

새 성전을 꿈꾸며 다녀온 신축 성당 순례 나들이. 성당이란 공간이 갖는 의미는 하느님께서 주신 오감을 통해 주님의 현존을 더 깊이 체험하도록 이끌고 그 영성을 바탕으로 매일을 사랑으로 힘차게 살아갈 힘을 주는 데 있지 않을까 합니다.

눈에 부담 없는 자연 채광과 편안한 조명, 귀를 평화롭게 하는 적절한 소리 울림과 음향 조화,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며 숨길을 정화하는 바람길 등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것이 성전이기에 건축 과정 또한 매우 힘든 일임에 틀림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반포성당 공동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하느님의 뜻을 기다리되, 그 뜻을 제대로 알아차려 하느님께서 머무실 당신의 집이 당신 뜻대로 건립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 6월 19일 주일 10시 미사 후 임시 성당에서 새 성전 설계 설명회가 열립니다. 교우님들 모두 참석하시어 새 성전의 꿈을 눈으로 확인하시고, 본당을 위한 진인사(盡人事) 방법을 찾는 계기로 삼으시기를 감히 청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