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16: 누가 구원받을 수 있을까요? – 참된 그리스도인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1서 13장에서 사랑에 대해 서술한 후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사랑입니다.”(13,13) 하느님을 향한 덕행인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신망애, 향주덕 혹은 향주삼덕(向主三德)이라 합니다. 이는 구원을 받기 위한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입니다. 믿음은 내 모든 것을 하느님께 희망함을 의미하고, 믿는 사람은 하느님과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야고 2,26 참조)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참된 그리스도인에게 구원이 약속된다고 가르치는데, 구원받기 합당한 그리스도인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한 분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고, 그리스도께서는 교회 안에 함께 계시기에 구원을 위해서 신앙과 세례가 반드시 필요하며(마르 16,16; 요한 3,5 참조), 교회에 소속되어야 한다고 믿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가톨릭교회를 필요한 것으로 세우신 사실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교회로 들어오기를 싫어하거나 그 안에 머물기를 거부하는 저 사람들은 구원받을 수 없을 것이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헌장」 14항) 또한 교회에 소속되더라도 사랑 안에 머무르지 못하고, 마음이 아니라 몸만 남아 있는 사람은 구원받지 못한다고 가톨릭교회는 가르칩니다.

 

가톨릭 신자는 매일 자기 가슴에 성호경, 즉 십자가를 긋습니다. 우리는 십자가를 그으며 예수님처럼 십자가를 지고 살기로 결심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입니다. 십자가는 인간이 지니는 삶의 무게이자 각 개인에게 주어진 아픔이고 고통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예수님처럼 살고자 노력합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 참된 그리스도인은 내 안에 그리스도가 형성될 때까지 믿고, 기도하고,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향주삼덕은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입니다. 믿음이란 하느님을 알고 신앙을 고백할 수 있는 은총입니다. 희망이란 삶이 어렵고 힘들어도 영원한 생명과 하느님을 기대하고 그리워하는 은총입니다. 사랑이란 하느님 사랑에 머물며 그 힘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은총입니다. 동시에 다른 이들을 참아주는 것이 사랑이라면, 자신을 참고 견디는 것이 희망이며, 하느님을 참고 기다리는 것이 믿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가 구원받을 수 있을까요? 오직 하느님만이 아시고, 결정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성경과 교회를 통해 계시해주신 내용, 그리고 그리스도와 교회를 통해 구원받기 합당한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복직관’(至福直觀, visio beatifica), 즉 하느님을 직접 보는 것, 하느님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이 진정한 구원인데,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신앙과 세례와 교회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내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나를 온전히 아시듯 나도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1코린 13,12)

 

조한규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출처: 서울주보 제4면 (2022. 05.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