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과학칼럼 4: 과학과 신앙 간의 부적절한(?) 접목 시도의 심각한 문제점

지난 두 달의 글을 통해 저는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던 책인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모토 마사루, 2002년 출간)와 『더 시크릿』(론다 번 지음, 2007년 출간)에 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서적들에는 공통적으로 우주적 기운, 우주 에너지, 정신 에너지 등의 개념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점을 강조해 드리고 싶습니다. 자연과학, 특히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라는 개념은 철저히 물질적인 개념이라는 것 말입니다. 에너지는 과학적인 도구를 통해서 측정이 가능한 양으로 정의되고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의 칼로리가 얼마다.’라고 할 때 그 칼로리가 바로 에너지인 것입니다. 에너지는 측정이 가능한 물질적인 개념입니다.

 

하지만 사이비 과학 내지 사이비 영성에서는 이 에너지 개념을 영적이고 정신적인 능력으로 ‘구체적인 근거없이 교묘하게 확대 적용’시켜 해석함으로써 모호한 영육일원론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갑니다. 이런 식의 영육일원론을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는 과도하게 육체적 건강을 의식하고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게 되면서 동시에 육신의 죽음 이후의 내세, 즉 영혼의 구원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태도 안에 이러한 영육일원론이 예상외로 깊이 뿌
리내리고 있음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왜 한국 교회에는 점점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는 걸까요? 그들이 단지 학업, 취업 문제로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본질을 놓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미 우리 젊은이들의 마음속에 ‘과학적 언어를 신봉하는 과학만능주의와 절묘하게 결합된 영육일원론’이 뿌리를 내렸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영육일원론은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더 시크릿』에 따르면, 각자 의지와 생각을 통해 자신의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함으로써 인간 개개인의 위치를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신적 위치로 자연스럽게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에이지 운동에 속한 여러 사상, 영성들은 공통적으로 인간 개개인을 신적 위치로 끌어올리는 식의 주장을 펼칩니다. 개개인의 수련을 통해서, 의지와 생각의 조절과 통제를 통해서 ‘너도 신이 될 수 있어!’라고 속삭이고 있는 것입니다.

 

뱀이 여자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창세 3,4-5)

 

창세기 3장에 나오는 뱀의 유혹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입니다. ‘과학만능주의와 절묘하게 결합된 영육일원론’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 영육일원론은 결국 무신론의 한 방식인 것입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 | 예수회, 서강대학교 교수

 

출처: 서울주보 제7면 (2022. 05.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