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성경 속 특별한 인물들 4: 간절한 기도로 하느님과 관계를 회복한 야곱 (2)

지난달 글에서 야곱을 세속적으로 사기, 거짓말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야곱의 삶이 모두 사기로 치부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야곱은 실제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로 이름을 바꾸어주시며 축복해 주셨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외국 속담에 “살아있는 성인(聖人)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우리 모두는 죽는 순간까지도 하느님 앞에서 죄인이라는 것입니다. 성경에서도 성인은 죄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죄를 지었음에도 회개하여 하느님께로 돌아간 사람을 의미합니다.

 

야뽁 강에서 밤새 씨름을 한 야곱의 이야기는 성경에서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창세 32,2-33). 야곱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며, 이 씨름 자체가 야곱이 하느님과 끈질기게 겨루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 기도입니다. 이런 인내의 기도를 바로 응답받는 기도, 능력의 기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형과 아버지를 속이고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피신했던 야곱은 20년 만에 큰 부자가 돼 아버지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야곱에게 형 에사오는 아직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장자권을 빼앗기고 아버지의 축복마저 동생에게 빼앗긴 형 에사오.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야곱은 자신의 식솔들이 먼저 야뽁 강을 건너게 하는데 이 와중에도 자신이 더 사랑하는 라헬과 그 자녀는 가장 뒤에 보냅니다. “야곱은 이렇게 그들을 이끌어 내를 건네 보낸 다음, 자기에게 딸린 모든 것도 건네 보냈다.”(창세 32,24) 이제 남은 것은 야곱, 자신 뿐이었습니다. 그때 야곱은 아주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야곱은 혼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나타나 동이 틀 때까지 야곱과 씨름을 하였다.”(창세32,25)

 

당시에 씨름이란 양이나 염소를 치는 목동들이 자신의 힘을 키우고 과시하기 위해 했던 놀이입니다. 그런데 야곱을 붙잡고 씨름한 이가 야곱을 이기지 못했고, 시간이 흘러 동이 트기 시작하자 야곱은 사력을 다해 물고 늘어졌습니다. 상대는 자신이 이길 것 같지 않자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쳐서 탈골 시켰습니다. 그래도 야곱은 그를 놓아주지 않으며 그에게 축복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러자 결국 그는 야곱의 이름을 묻고는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꿔 불렀는데 하느님과 겨루어 이겼기 때문입니다.

 

야곱은 필사적으로 밤새 하느님과 담판했고 마침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야곱에게는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존재했습니다. 야곱은 하느님께서 20년 전에 하셨던 약속을 기억하면서 기도로 힘을 얻습니다(창세 28,13-15). 야곱은 에사오의 원한을 풀기 위해 기도하는 한편 동시에 선물을 준비하는 등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도 취했습니다. 야곱은 기도하면서 행동했습니다. 기도는 욕심을 채우는 요술이나 마술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 그리고 그 은혜를 구하는 것입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절망하고 낙심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찾아가 붙들고 씨름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야곱처럼 진심으로 절실하게 하느님께 청한다면 우리도 자비와 은총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허영엽마티아 신부 |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출처: 서울주보 제5면 (2022. 0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