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13: 어떻게 기도하면 좋을까요? – 기도와 전례 2

지난주 ‘기도’에 대해서 말씀드리며, 기도는 하느님 앞에 머물며 그분 현존을 체험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개인이 바치는 기도도 있지만, 교회 공동체가 함께 하는 기도, 즉 ‘전례’(典禮)도 있습니다. ‘전례’의 라틴어 단어 Liturgia는 ‘공적 기도’, ‘공동의 예배’를 뜻합니다. 전례는 교회가 정한 예식대로 함께 바치는 기도로 미사, 성사 및 준성사, 성무일도(=시간 전례), 성체조배, 성체강복과 행렬 등입니다. 전례는 개인의 기도가 아니라 하느님 백성인 교회 공동체가 드리는 기도이기에, 공통의 예식과 기도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로마 가톨릭교회의 미사, 성무일도 등 전례의 중요한 부분은 동일합니다. 미사 중 서거나 앉거나 절하는 것도 전례의 일부입니다. ‘아멘’(amen)이란 단어 뜻은 ‘맞습니다’, ‘믿습니다’입니다. 하느님 말씀에 순종과 동의를 표현하는 이 단어는 ‘서 있다’, ‘똑바로 서다’라는 단어와 어원이 같습니다. 즉 하느님 앞에 똑바로 서 있다는 것은 하느님과 함께 있다, 하느님 말씀을 믿고 순종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례 중 하느님 앞에 똑바로 서 있는 것은 우리의 신앙을 표현합니다.

 

전례력은 교회가 전례를 지내기 위해 마련한 교회 달력입니다. 전례력은 크게 3년을 주기로 가해, 나해, 다해(혹은 A, B, C)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각 해의 전례 시기는 예수님의 탄생, 공생활,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기준으로 해서, 대림 시기를 시작으로 성탄 시기, 연중 시기, 사순과 부활 시기 등으로 구분합니다. 각 시기 중에는 대축일, 축일, 기념일 등이 있는데, 대축일 중 삼위일체 하느님과 관련된 대축일(주님 탄생 예고, 성탄, 주님 공현, 부활, 주님 승천, 성령 강림, 삼위일체, 성체 성혈 등)이 가장 높은 등급이고, 다음으로 성모님과 관련된 대축일, 그리고 그밖의 대축일(베드로와 바오로, 김대건과 동료 순교자, 모든 성인 등) 등으로 기념합니다. 축일 역시 하느님과 관련된 축일(주님 세례, 주님 봉헌 등)이 가장 높은 등급이고, 이후 성모님, 사도들, 성인들 순으로 기념합니다. 대축일, 축일, 기념일은 미사 중 제대 위의 초 개수로 알 수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축일엔 제대 좌우에 3개씩, 축일과 주일에는 2개씩, 기념일이나 평일에는 1개씩 켭니다. 부활 8일 축제는 대축일처럼 3개씩, 성탄 8일 축제 때는 2개씩 켭니다.

 

하느님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계신데, 우리는 왜 기도를 하고 전례를 드려야 할까요? 기도를 바치는 궁극적 이유는 하느님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입니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알고, 그분 사랑을 깨닫고 누리는 것, 하느님과 하나 되고 일치하는 것이 기도와 전례의 목적이자 의미입니다. 혼자서 기도하기 어렵기에 예수님 말씀처럼 교회는 함께 하는 공적인 기도, 즉 전례를 통해 우리를 도와줍니다. 기도는 혼자 할 때보다 여럿이 할 때 더 힘이 세고 확실합니다. 끊임없이 기도한다면(루카 18,35-43 참조), ‘청하고, 찾고, 두드린다면, 주실 것이고, 얻을 것이며, 열릴 것’(마태 7,7 참조)입니다. 얼마나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실까요? 정답은 ‘들어주실 때까지 기도한다.’입니다.

 

조한규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출처: 서울주보 제4면 (2022. 0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