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십자고상 조각가 이창림 라파엘님 내방

소장 성미술품의 상세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우리 반포성당에 최근 아주 귀한 발견과 함께 당사자께서 본당을 방문하시는 쾌거가 있었습니다. 성전 십자고상을 조각하신 이창림 라파엘 교수님이 바로 그 주인공이십니다. 2022년 2월 21(월) 오전 10시 30분 성당 마당에 들어서시는 작가님을 고석준 아우구스티노 주임신부님께서 반갑게 맞으셨습니다. 1991년 3월 10일에 고상을 설치하였으니 31년 만의 역사적 방문입니다.

성전을 둘러보기 전 사제관에서 주임신부님과 담소를 나누시는 조각가 이창림 라파엘님

그동안 십자고상의 작가는 고 김교만 아우구스티노 교수님(1928~1998)일 것으로 추정해 왔습니다. 김교만 교수님께서 본당 초대 주임 사제이신 박병윤 토마스 신부님의 의뢰로 반포성당의 거의 모든 성미술품 제작에 관여하셨기 때문입니다. 감실, 14처, 베드로의 닭과 그리스도왕 마크가 그분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2월 16일(수) 새로운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본당 건축기록책을 만들고 있는 수류산방 출판사에서 자료를 검색하던 중 가톨릭신문에서 ‘이창림 작가가 반포성당의 고상을 제작했다’는 기사(2002. 02. 03., 10면)를 봤다고 귀띔해 주셨습니다. 당시 작가님은 제7회 가톨릭미술상 조각 부문 수상자였습니다. 주임신부님께서 곧바로 연락처를 검색해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셨고, 작가님께 뵙기를 청하여 5일 만에 극적인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한국교원대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 후 정년퇴임하신 이창림 작가님은 서울대 미대 김교만 교수님의 제자로 김교수님과 함께 성상을 많이 제작하셨다고 합니다. 반포성당의 십자고상은 작가님의 두 번째 성상 조각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드신 작품인데 막상 설치된 조각상을 본 교우들은 “근육질에 강건한 모습은 우리가 바라는 고난상이 아니다. 내려라.”고 아우성이었다고 합니다. 작품 제작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고통을 같이 아파하기만 할 게 아니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루카 23, 34)라고 하신 ‘말씀’을 상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에 예수님의 고통보다는 강건함에 초점을 맞추면서 연이은 부활까지 염두에 두고 제작하셨던 것이었습니다.

성전 입구 중앙 통로에서 제단까지 이어지는 붉은 바닥재는 스웨덴에서 수입한 화강석인데 무거운 느낌의 색을 아래에 깔면서 위는 화려한 유리화로 조화를 잘 이뤘기 때문에 성전이 어지럽지 않고 장중하며 숭고미가 있다는 감상을 전하기도 하셨습니다. 반포성당이 몇 차례 보수를 하면서, 그러기 쉽지 않은데, 오히려 처음보다 더 아름답게 보완이 된 것 같다는 느낌도 덧붙이셨습니다.

성전을 둘러보신 후 제의실에 있는 예수부활상을 반갑게 마주하셨습니다. 1991년 이창림 작가님의 십자고상이 설치되기 전까지 걸려있던 성상입니다. 본당 주보(2022. 02. 27.)에서 설명된 것처럼 예수부활상은 김교만 교수님의 작품으로 작가님은 그 드로잉을 본 적이 있다고 하십니다. 오른손에 깃발을 들고 있던 것도 기억하셨습니다.

안타깝게 분실된 깃발을 되살려 예수부활상이 완전체로 복원되고 새 성전에 십자고상이 다시 걸리는 날, 기쁘게 재회할 것을 기약하며 이창림 라파엘 교수님은 청주로 내려가셨습니다. 먼길 마다않고 오셔서 귀한 말씀해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십자고상 조각가의 반포성당 방문은 성미술품 철거 사흘 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거라 매우 극적이었습니다. 이로써 성전 재건축을 앞두고 본당의 굵직한 성미술품들에 대한 기본 정보가 확인되어 체계적인 정리까지 마무리된 상태입니다(누리집 우리 본당 – 본당 연혁 – 성미술품 참고). 언제나 함께 계시며 가장 적절한 하느님 시간에 맞춰 우리를 도와주시는 성령님을 찬미합니다. 아멘.

 

♣ 반포성당 워터마크가 있는 첫 번째 사진을 제외한 나머지 사진 9장은 수류산방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사진 © [수류산방] 이지응 (Photography © [Suryusanbang] Lee Jheey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