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7: 창조론 = 무로부터의 창조

창조설화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진실’의 기록이고, 창세기의 주제는 창조의 이유와 목적, 즉 창조주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해 세상을 마련하셨고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창세기는 창조 사건의 중심과 결정적 사건이 인간 창조라 증언합니다. 첫 번째 인간 아담! 그런데, 하느님은 왜 하필(?) 남자를 먼저 창조하셨을까요?

 

‘아담’(Adam)의 뜻은 흙, 먼지…. 즉 아무것도 아닌 것을 의미합니다. 사순시기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에 사제는 신자들 머리 위에 재를 얹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창세3,19 참조) 하느님께서는 남자를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흙의 먼지로 빚은 인간 모양에 당신의 숨을 불어 넣으셔서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인간은 ‘흙(아무것도 아닌) + 하느님의 숨(영, 정신, 이성)이 함께하는 존재’입니다. ‘숨’ 내지 ‘영’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고, 하느님을 닮은 점이고, 하느님과 소통 가능한 능력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숨을 주셨고, 언젠가 그 숨을 거두십니다. 하느님을 통해 인간은 영적 존재가 되었고, 하느님은 완전한 영, 즉 성령이십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영을 지닌 존재이기에, 모두 존엄하고 평등하며,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그리스도교는 가르칩니다. ‘아담’은 흙을 의미하고, ‘하와’ (Ḥawwāh, 영어로는 ‘이브’ Eve)는 ‘생명’을 의미합니다. 즉 인간은 아담과 하와가 함께할 때, 흙과 생명이 함께할 때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창세기의 가르침입니다. 온 세상과 인간은 하느님의 창조물입니다.

 

창조론과 진화론 중 어느 것이 합당한지 많은 이들이 묻고, 답합니다. 창조론은 창세기 내용처럼 온 우주와 인간이 창조주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주장이자 믿음입니다.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 창세기 설명에 따라 세상이 창조, 발전되었다고 글자 그대로 믿기에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반면 진화론은 세상 첫 시작이 우연히 발생했고, 이후 우주와 생명은 자연적으로 진화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론입니다. 진화론은 창조 과정은 물론 창조주의 존재도 부인하는 과학중심적이고 무신론적 사상입니다. 그런데, 과학이란 ‘원인과 결과’, 즉 인과율의 법칙이 중요한 학문인데, 진화론은 최초의 시작이 우연히 발생했다는 비과학적 주장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설명은 세상의 질서와 이치를 인간 이성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 이성이 하느님을 온전히 담을 수 없습니다. 바닷물을 과학이라는 그릇으로 뜨면 그릇에 담긴 물은 바닷물이기는 하지만 더 이상 바다는 아닙니다. 물론 진화론을 무조건 배척하는 태도도 옳지 않고, 진화론에 주목할만한 내용도 많이 있습니다만, 창조주에 의한
세상 창조를 전제하지 않는 진화론은 그리스도교 가르침과 일치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진화론을 거부하며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창조론과 진화론을 적절하게 융합한 ‘창조적 진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역시 아직 완성된 답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창조론의 핵심은 하느님에 의한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이고, 이것이 구약과 그리스도교의 신앙입니다. 하느님은 창조주이시고, ‘언제나 더 크신 하느님’(Deus semper major)이십니다. 우주보다 더 크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고자 하신다는 것이 신앙입니다.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출처: 서울주보 제4면 (2022. 0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