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6: 용서받을 수 없는 죄는?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죄’는 우선 하느님께 지은 죄입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에 따르면 죄는 하느님을 거부하는 것이고, 그분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계명을 지키지 않는 데서 드러난다고 합니다(385-390항 참조). 즉 하느님을 거스르는 것, 하느님을 외면하고 등지는 것이 죄입니다. 그다음으로 나와 내 이웃에게 짓는 죄입니다. 사랑하지 않고, 미워하고,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해를 끼치고,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모든 것이 죄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가장 큰 계명이라고 하신 것처럼, 하느님과 이웃에게 죄를 짓는 것이 가장 큰 잘못입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살다 보면 죄를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인간의 처지를 하느님께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고, 참고 기다려 주십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짓는 죄 중 가장 큰 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는 무엇일까요? 바로 절망입니다. 자신의 구원에 대해 완전히 희망을 잃어버리고, 포기하는 것이 가장 큰 죄입니다. 지옥이란 절망이 가득한 곳입니다. 유다는 죄를 지은 후 절망을 했고, 스스로 하느님에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베드로 역시 배신의 큰 죄를 지었지만, 예수님을 완전히 떠나지 않고, 믿는 이들과 함께 머물면서 참고 견뎠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고,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모든 죄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단 한 가지, 성령을 모독하는 죄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마태 12,31-32; 마르 3,28-29; 루카 12,10 참조) 말씀하십니다. 모든 죄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성령을 모독하면 용서받지 못한다? 성령을 모독하는 죄는 모든 죄에 포함되지 않나요?

 

모든 사람이 구원되기 바라시는 하느님 마음, 그리고 모든 사람의 죄를 씻기 위해 기꺼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마음을 생각한다며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죄인이 진정 회개한다면 모든 죄는 다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예수님 말씀을 믿지 못한 채, 자기 죄는 용서받지 못한다고 스스로 단죄하거나, 저 사람의 죄는 용서받지 못한다고 단정한다면, 이는 하느님을 모욕하고 성령을 모독하는 죄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용서받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큰 죄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이말씀하시는 용서의 범위는 모든 죄에 해당합니다. 하느님을 배신하고 하느님을 등진 사람까지도 기꺼이 용서해 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18,22)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께서 용서 못 하실 죄가 뭐가 있겠습니까? 만일 진심으로 회개한다면, 모든 죄는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교의 믿음입니다. 대신, ‘진심으로 회개해야’ 합니다.

 

구원이란 하느님을 바라보고 함께 하는 것입니다. ‘회개’(悔改)의 동의어는 ‘회두’(回頭), 즉 ‘고개를 돌리다.’, ‘하느님을 바라보다.’입니다. 따라서 회개는 신앙과 동일한 의미이고, 죄의 반대말입니다.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20)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은 죄인의 단죄가 아니라 회개, 즉 다시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기도, 선행, 극기, 봉사, 단식을 통해, 그리고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용서받으면 우리 영혼은 맑아지고, 그러면 하느님 말씀이 잘 들리고, 하느님 은총이 더 잘 보일 것입니다.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출처: 서울주보 제4면 (2022. 0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