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절에 가서 불상에 절하면 우상숭배인가요?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것은 십계명의 첫 번째 계명에서 비롯됩니다.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는 명령은 하느님이 아닌 것을 흠숭하지 못하도록 하는 포괄적인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십계명의 첫 번째 계명으로 그 중요성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죠.

 

우상숭배는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물로 표현되는 거짓 신에게 그 신이 그 사물 안에 내재한다고 믿고 하느님께 드릴 예배를 바칠 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가톨릭대사전, 우상숭배 항목 참조). 즉, 우상숭배는 외적인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믿음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은 타 종교 성상 문제 이전에, 이미 우리 교회 안에 있었던 성상 공경 논쟁에서도 적용되었던 원칙입니다. 그리하여 십자고상, 천사상 등 성상을 공경하는 것에 대한 비판 앞에서 우리 교회는 당당히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성상에 무슨 미신적 신뢰를 두어서가 아니다. 단지, 성상이 상징하는 대상에게 존경의 뜻을 표시할 뿐이다.”라고 말이죠(트리엔트 공의회). 하느님을 굳건히 믿고 있고, 그 성상이 하느님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아는 한 성상에 표하는 존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타 종교 성상 앞에서 절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이러한 우리 교회의 원칙들을 잘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종교에서 가르치는 신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고, 그 성상 안에 신적 존재가 내재한다고 믿지도 않는다면 외적인 존중의 표현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인사는 타 종교의 신적 존재에 대한 경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타 종교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신앙인들과 해당 종교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차원에서 인사한다면, 종교 간 대화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으리라 희망해봅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향한 굳건한 믿음과, 그 믿음에 스스로 얼마나 당당하느냐의 여부라는 것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가톨릭교리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021.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