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특집) 김대건·최양업 신부님 탄생 200th ⑩

<올해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이자 김대건 신부님이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된 의미 있는 해입니다. 희년을 지내는 동안, 하느님을 사랑하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같은 해에 태어난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모범을 본받아 두 분의 영성을 우리 삶에 깊이 새기고자 합니다.>

 

희년을 돌아보며

 

올해 김대건 신부님과 함께 보낸 희년을 돌아보면서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중략)…
황해의 거친 파도를 작은 목선으로 넘어
불같이 사랑한 이 나라 땅을 밟은 조선 성직자의 맏형 안드레아!
포악한 치도곤의 매에 단단한 뼈를 부술지언정
감사에게 ‘소인’이라 말하지 않은 오백 년 양반의 후예
안드레아 김대건!
나라와 백성의 영혼을 사랑한 값으로
극형의 죄로 판결한 관장을 위하여 (오히려) 그의 승급을 기도한
너그럽고 신사였던 안드레아!
(옥중의) 표양으로 옥졸까지 놀라게 한 청년 신자 안드레아!
재주와 지식이 고금을 누르고 도구(모본)도 없이
정교한 세계지도를 그리어
군주와 관장의 눈을 열어준 나라의 살아있는 보배 안드레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까지도 오히려 성교회(聖敎)를 가르친
착한 목자 안드레아!
두 귀에 화살을 박아
당신 몸 그대로 십자가를 이루신 치명자 안드레아!
주 예수 받으신 얼굴의 모독을 모범으로
얼굴에 물과 회(灰)를 받은 수난자 안드레아!

오오 그들은 악한 권세로 죽인
그의 시체까지도 차지하지 못한 그날
거룩한 피가 이미 이 나라의 흙을 깨끗이 씻었도다
외교의 거친 덤불을 밟고 자라나는
주의 포도송이가 올해에 十三萬송이!
오오 승리자 안드레아는 이렇듯이 이겼도다.

 

위의 시는 1934년 9월 「가톨릭 청년」지에 발표한 정지용 시인의 <勝利者 金안드레아(승리자 김안드레아)>의 뒷부분만을 발췌하여 현대 우리말로 윤문하여 옮겨본 것입니다. 옛날 어휘를 많이 바꾸어서 본래의 옛 한글 어감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뜻은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향수’라는 시로 유명한 정지용 시인은 방지거(=프란치스코)라는 필명으로 교회 잡지에 많은 시를 소개했습니다. 위의 시는 복자 성월에 당시 순교복자였던 김대건을 기리기 위해 지은 것입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오류도 많지만, 김대건의 짧은 생애와 신앙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대목 “13만 송이”는 당시 천주교 신자 수를 상징합니다.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희년의 행사들이 많이 축소되기는 했어도, 김대건 신부님을 기억하며 그분이 남긴 편지를 읽거나 필사하면서 그분의 신덕과 용덕을 되새겼습니다. 또 학술적인 연구를 이어가고, 문화 행사도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대건 신부님에 대한 자료를 고증하면서 펴내는 정본(定本) 전기도 곧 간행될 것이고, 내년에 상영할 영화도 제작 중입니다. 따라서 희년은 끝이 아니라 김대건 성인을 계속하여 기릴 시작인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희년의 기쁨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하시는 듯합니다.

 

나는 천주교인입니다. 사후에도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면, 여러분도 천주교를 믿으십시오.”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 | 한국교회사연구소장

 

출처: [특집] 김대건•최양업 신부님 탄생 200th (2021. 1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