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성물을 중고로 팔면 안 된다고 했는데, 축복받은 집, 자동차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같은 축복이라는 단어를 혼용하여 쓰고 있지만, 축복받을 수 있는 물건들도 특성에 따라 두 부류로 분류할 수 있다는 측면에 기인하여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집이나 자동차의 축복을 볼까요? 축복예식서에는 집이나 자동차 말고도 축복받을 수 있는 대상들을 더욱 다양하게 나열하고 있습니다. 공장, 사무실, 상점은 물론 체육관, 운동장도 포함되어 있고, 특수 기술 설비, 생업 관련 기기도 있습니다. 심지어 동물이나 논밭, 목장, 햇곡식 봉헌 때 받는 축복도 있지요. 이 모든 축복은 하느님의 은총이 깃들길 청하는 기도라고 하겠습니다. 가령, 자동차와 같은 교통수단을 축복받을 때 가장 주요하게 지향하는 바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길 청하는 것이죠.

 

반면, 이와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축복을 청하는 기물들도 있습니다. 전례에 사용되는 물건들이 대표적인데, 공적인 경배를 목적으로 하는 십자가나 성화상에서부터 시작하여, 십자가의 길 14처나 미사 도구같이 성전에 비치되는 전례 용품들을 꼽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물건들에 축복을 받을 때는 더이상 세속적인 목적이 아니라 온전히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사용되길 청원하고, 동시에 선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길 청했던 물건들은 언젠가 내 손을 떠나는 순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상정할 수 있는 반면, 이런 도구들은 축복을 통해 완전히 세속적 용도와는 구분되므로, 축복의 효력이 지속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한 번 축복을 받으면 값을 매겨 세속적인 처분을 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며, 성물방에서 축복받기 전의 물건들만 판매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축복받은 집, 자동차 등 앞선 부류의 물품들은 다음에 사용하는 사람도 하느님의 은총 속에서 안전하게 잘 사용하길 기도하며 판매하면 좋겠습니다.

 

출처: 가톨릭교리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021. 0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