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자녀는 산물(product)이 아니라 선물(gift)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쌍둥이가 점점 더 많이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시험관 아기들이 점점 더 많이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시험관 아기는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뒤 수정된 배아를 어머니의 자궁에 이식해서 출산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때 수정된 여러 배아를 동시에 이식하기 때문에 쌍둥이가 태어나는 것입니다.

 

실제로 난임으로 고통받는 많은 부부가 이 시험관 아기 시술의 도움을 받아 자녀를 갖고 있으므로 시험관 아기 시술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시술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윤리적인 문제와 자녀 출산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관점이 달라지고 가톨릭교회가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부가 자녀를 낳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주는 부부 사랑의 결실로 새 생명을 받아들여 하느님의 모상을 또 다른 사람으로 전하며, 그 생명이 자라고 열매 맺도록 봉사하는 소명을 실행하는 일입니다. 특히 부부는 자녀를 통해서 자신들의 “일치의 영원한 징표”를 봅니다(가정공동체 14항). 부부는 자녀를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다만 부부 행위를 통해 자신들의 사랑을 표현하며, 자녀가 선물로 주어지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자녀는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손길이 닿은 유일무이한 가치를 지닌 인격체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이러한 인간의 가치를 “그 자체를 위해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존재라고 표현합니다. 우리는 잘났든 못났든 그 자체로 소중하며 함부로 다루어져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험관 아기 시술은 부부 사랑의 고유한 표현인 부부 행위(성행위)와 자녀의 출산을 분리합니다. 이때 사랑의 결실로 태어나야 하는 소중한 인간 생명은 부모의 부부 행위와 상관없이 기술자의 손을 통해서 시험관에서 물건처럼 생산됩니다. 시험관 시술을 위해서는 여성의 몸에서 무리하게 많은 난자를 채취해야 하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시험관에서 수정된 여러 배아를 동시에 자궁에 이식하여 한둘만 남겨두고 낙태를 하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자궁에 이식되지 못한 많은 배아는 냉동 보관되다가 폐기되거나 실험에 사용됩니다. 이는 인간생명을 파괴하고,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며, 부부 행위의 의미도 왜곡하는 것입니다.

 

부부가 자연적인 과정을 통해서 하느님이 선물로 주시는 자녀를 기다리는 것은 창조 질서를 존중하고 자신들의 사랑과 인간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적극적인 태도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이러한 시험관 시술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나프로 임신센터’(여의도 성모병원)를 통해 많은 난임 부부들의 자연적인 임신과 출산을 돕고 있습니다.

 

박은호 그레고리오 신부 |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

 

출처: [생명 특집] 시험관 아기의 문제 (2021. 09.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