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자들께 드리는 말씀 – 210726]

반포성당 예비 신자께 드립니다. 2021년 7월 26일.

 

1.

오늘은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의 축일입니다. 매일미사 책 7월호 144쪽에 보면,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기념일]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성모님에게서 태어나신 예수님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기념하는 날이지요.

 

이날을 소개하는 해설 첫 줄이 이렇습니다.

“요아킴 성인과 안나 성녀는 다윗 가문의 유다 지파에서 태어났다. 전승에 따르면,…”

 

이미 교리 시간에 말씀 드린 바처럼, 천주교는 [전승]을 중시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진리를 밝혀 주시는 것을 [계시]라고 하고, [계시]는 [성서]와 [전승]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교회의 전승을 성전(聖傳)이라고 합니다. 한 세대의 신앙 체험이 후 세대로 이어지는 동안, 시간의 검증 (time-proven)을 통하여 정화되고 깊어지면서 인간이 하느님의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실은 [성서]도 이런 [전승]을 통하여 쓰여졌습니다. 구약은 물론, 신약의 복음서도 예수님에 대한 기억이 구전(口傳)과 문전(文傳)의 과정을 통하여 형성되고 전해졌습니다.

 

[전승]이 이루어지려면, 한 세대가 다음 세대를 사랑하고, 다음 세대로부터 존경받는 혈통이 있어야 합니다. 흔히 뼈대 있는 가문이라고 하는 표현이 그것입니다.

 

천주교회는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신앙의 혈맥이 있고 뼈대가 튼튼한 [몸]입니다. 그래서 천주교회에만 2,000년을 이어 온 전승이 있습니다. 그래서 성서가 인간의 언어와 시대적 한계 속에서 다 담아 내지 못한 하느님의 계시를 교회 공동체에 전해줍니다. 분파를 거듭하는 조직은 전승을 담지 못하며, 전승에 대해 이해하지 못합니다.

 

성모님의 신비는 성서에도 물론 명시되어 있으며, 교회 전승 속에서 더욱 깊이 밝혀졌습니다. 그러한 전승에는 기적이라고 불리는 초자연적 증거가 [언제나, 어디서나] 따랐고, 교회가 전승의 내용을 정리하여 [믿을 교리]로 선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전승을 이루는 체험이 세대를 거치면서 먼저 삶을 통해 우리 몸 속에 스며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 분위기를 가진 서구의 교회에서는 성모 신비를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런 과정이 없이 성모 신비가 믿을 교리로 주어지기 때문에, 성모 신심에 대해 어리둥절하기 쉽습니다.

 

때로는 그저 맹목적으로 믿기도 합니다. 그런 맹목적인 믿음에는 미신적인 요소가 따르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믿을 교리]가 언어로 정제되기까지, 전승을 이루었던 성모 신비의 체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믿을 교리]를 화두(話頭)로 삼고 계속 기도하고 묵상하고 탐구하는 평생의 여정을 가야합니다.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 안나 기념일]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대한 신심에 바탕을 둔 축제이고, 교회 전승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입니다. 잠시 멈춘 교리 기간 중에도 예비 신자 여러분께서는 부디 신앙의 화두를 놓지 마시고 씨름하시기 바랍니다. 성모 마리아 님, 그리고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께서 여러분을 위해 전구해 주실 것을 청합니다.

 

2.

지난 7월 20일에 드린 편지에서, [혹시나] 했던 마음은 [역시나]로 끝났습니다.

오는 8월 8일까지 예비 신자들을 위한 모임을 갖지 못합니다. 코로나 상황이 위중합니다. 모두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 우리 눈 앞의 이익과 편의보다, 마음을 합쳐 참고 기다리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기도해야 합니다.

 

애초, 8월에는 예비 신자 교리 시간이 계획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임이 멈추더라도 앞으로의 교리 과정이나 세례 예정일이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8월에는 주임신부 면담과 친교 시간을 가지려고 했습니다. 이런 시간은 다시 모일 수 있을 때, 얼마든지 가질 수 있습니다. 주임신부 면담은 서로 얼굴을 익히고 예비 신자의 고충과 바람을 청취하는 자리일 뿐이니, 나중에 편한 마음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3.

영화 [십계]를 보셨는지요?

구약성서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 [탈출기]이고, 그 줄거리가 바로 영화 [십계]입니다. 이스라엘이 [탈출]을 기념하는 축제가 [파스카] 축제이며,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이 바로 [파스카] 축제 기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탈출기]를 이해하는 것이 [미사]를 통찰하고 성체의 신비를 체득하는 열쇠입니다. [십계] 영화는 https://tv.kakao.com/channel/3045445/cliplink/383971445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모세에 관한 만화영화 [이집트 왕자]를 소개합니다. 상영시간 50분 35초입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momohooooo&logNo=220699694215

만화영화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복습을 겸하여 보시면 좋습니다.

 

성당 문이 닫힌 동안 영화 [쿼바디스]도 보시면 좋겠습니다. 상영시간 2시간 13분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XZVxPKLvuk

 

4.

조금 이를 지 모르지만, 여러분이 세례를 받을 때 모실 수호성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수호성인의 이름이 곧 여러분의 세례명입니다. 생일과 비슷한 축일을 가진 성인을 정하기도 하고, 직업의 수호성인을 자신의 세례명으로 정하기도 합니다. 또한 먼저 성인전을 읽어 보시고, 그 중에서 본받고 싶은 성인을 수호성인으로 모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성 김대건 탄생 200주년 대희년에 모인 예비 신자이시니, 한국 순교 복자와 성인 중에서 수호성인을 모시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궁금한 성인에 대해서 찾아보시려면, https://search.catholic.or.kr/RSA/front/Search.jsp에서 왼편 [가톨릭 성인]에 들어가시고 검색창에 성인의 이름을 입력하면 됩니다. 여러분의 봉사자들이 도와 주실 것입니다.

 

이정림 마리스텔라 수녀님과 봉사자들과 함께,

코로나와 무더위에서 부디 건강하시기를 축원하며, 다시 모일 날을 기다립니다.

 

반포성당에서 고석준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