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판공성사는 한국에만 있는 제도라고 들었습니다. 유래가 어떻게 되나요?

교회법은 전 세계 모든 가톨릭 신자들이 정기적으로 고해성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만 있는 말인 판공성사라는 이름 하에서는 아니지만, 주기적인 고해성사는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받고 있지요. 교회법이 정하고 있는 빈도는 1년에 한번입니다. 이는 “모든 신자는 사리를 분별할 나이에 이른 후에는 매년 적어도 한 번 자기의 중죄를 성실히 고백할 의무가 있다.”(교회법 989조)라는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반면, 한국 교회에서는 1년에 두 번으로 정하여 이 규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부활 판공, 성탄 판공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사순과 대림 시기에 고해성사를 받고, 미리 받았던 성사표를 제출해본 경험들이 있으실 겁니다. 이러한 실천은 조선 시대에 이제 막 시작했던 한국 천주교회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시작된 전통입니다. 1800년대 말, 1900년대 초 개항기 시절, 한국교회는 처음으로 교무금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대부분의 농촌 교회는 추수를 끝낸 직후, 대림 시기 즈음 교무금을 받으며 신자들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연 1회 받던 고해성사가 부활과 성탄 전, 연 2
회로 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성사표 발부도 함께 시작하여 효율적으로 신자들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CBCK 발행, 한국 천주교회 총람 517쪽 참조). 지금은 3년에 걸쳐 한 번도 판공성사를 받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으면, 해당 신자를 쉬는 교우로 분류할 수 있는 지표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판공성사를 대하는 시선들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2014년에 주교회의는 “부활 판공성사를 받지 못한 신자는 성탄 판공성사나 일 년 중 어느 때라도 고해성사를 받았다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으로 인정한다.”는 규정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 규정이 판공성사를 볼 필요가 없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정부에서 2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자동차 검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 검사만으로 자동차의 안전이 보장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건 안전을 위한 최후의 마지노선이니까요. 자주 카센터나 정비소에 들러 점검을 받는 자동차가 안전한 것처럼, 한두 달에 한 번씩이라도 좀 더 빈번하게 고해성사를 하고 영적인 안정과 안전을 도모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가톨릭교리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2021. 0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