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특집] 김대건·최양업 신부님 탄생 200 th ⑤

<올해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이자 김대건 신부님이 유네스코 세계기념 인물로 선정된 의미 있는 해입니다. 희년을 지내는 동안, 하느님을 사랑하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같은 해에 태어난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모범을 본받아 두 분의 영성을 우리 삶에 깊이 새기고자 합니다.>

 

배려하는 사제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들은 본당과 특수사목지에서 많은 권한을 가지고 성무활동을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적인 특권이 있다면 그것은 ‘사목적 배려’일 것입니다. 목자가 양들을 위해 배려하는 것보다 더 큰 권한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양들을 직접 찾아가 배려하는 사목을 하셨던 이가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이었습니다. 배려하는 마음의 근원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요? 신학생 시절의 토마스는 삼위일체 교리를 배울 때 성부와 성자의 일치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토마스는 삼위일체의 제2위인 성자가 1위(성부)보다 덜 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보다 더 능력이 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말입니다!”(1839.6.23. 리브와 신부)

 

유교적 양반 관료제의 신분 사회에서 자랐던 토마스는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뿌리 깊은 가르침을 쉽게 뛰어넘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부대표였던 리브와 신부는 소년들에게 교리를 이해시키는 데 매우 애를 먹었다고 토로합니다.

 

14년간의 긴 유학과 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최양업 신부님은 교우촌을 다니면서 양반제도의 모순 속에서 고통받는 신자들을 목격합니다.

 

저는 교우촌을 두루 순방하는 중에 지독한 가난에 찌든 사람들의 비참하고 궁핍한 처지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 저들은 포악한 조정의 모진 학정 아래 … 시달리고 있습니다.”(1850.10.1.)

 

우리 포교지의 상태는 신자들 중에서 신분의 계급 차이로 서로 질시하고 적대시하므로 분열이 일어나서 큰 걱정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신덕(信德)과 형제애가 부족하고, 계속되는 논쟁과 암투와 증오로 신자 공동체가 와해되고 비건설적으로 소모되고 있습니다. 이 폐단을 시정할 무슨 대책은 없는지요?”(1854.11.4.)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양업 신부님은 많게는 하루에 100리, 적게는 40리, 그렇게 산길 교우촌을 찾아 다니며 해마다 평균 4,000여 명의 신자들을 찾아 성사를 집전하고, 연말에 스승 신부에게 편지를 쓰면서 1년간의 성무활동을 보고합니다. 첫해 교우촌 방문을 마치고 많은 교우들이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유가 비위생적인 물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스승 신부님께 물을 정화하는 방법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모든 질병이 물의 비위생 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어집니다. 그러니 물을 정화하는 방법을 아시면 분명하게 일러주시기 바랍니다.”

 

그와 동시에 신자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성물을 자주 요청합니다.

 

신자들은 성물을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이 불같습니다. 상본이나 고상이나 성패를 장만하기 위해서는 아끼는 것이 없습니다.”

 

최양업 신부님의 배려는 바로 교우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이렇게 양반제도의 차별을 극복하고, 신자들의 더 나은 삶과 신앙을 위해서 11년 6개월 동안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신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을 ‘배려하는 사제’라고 불러도 좋겠습니다.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 | 한국교회사연구소장

 

출처: [특집] 김대건•최양업 신부님 탄생 200th (2021.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