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과 미사 입장 시간

코로나가 터지기 전, 반포성당은 항상 열려 있었고, 성전 입장에도 제한이 없었습니다. 그걸 바꾼 것이 코로나19입니다. 성당은 집단감염 위험 시설입니다. 체온을 재고, 손 세정하고, 방문자 기록을 남기는 방역 절차가 없으면, 사제가 열 명이 있어도 미사를 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모두가 불편하지만,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격려하면서, 살얼음판 딛듯이 가까스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성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본당은 주일 미사 30분 전, 평일미사 20분 전에 문을 엽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방역 봉사자들은 그보다 10분 먼저 성당에 오셔서 준비합니다. 모두가 코로나로 인해 피로하지만, 방역봉사자의 피로감에 비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성전 입장 시간보다 일찍 오셔서, 방역이 시작되기 전에 성전에 들어가겠다고 떼를 쓰는 분이 계십니다. 찬 바람이 분다, 밖에서 기다릴 곳이 없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방역 봉사자들이 그보다 먼저 성당에 와야 합니다.

 

미사 시간이 되면 봉사자들도 미사에 참례해야 하므로, 방역 절차를 끝내고 성전 문을 닫습니다. 그런데 늦게 오셔서 성전 문을 열라고 두드리는 분도 계십니다. 이따금 마음이 약해서 문을 열어 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방역이 무너집니다. 우리가 코로나에 익숙해졌을 뿐이지, 코로나가 약해진 것이 아닙니다. 코로나는 우리의 마음이 풀어지기를 기다립니다. 미사 전 방역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미사가 끝나면 봉사자들은 성전에 남아서 환기하고, 소독약을 수건에 묻혀 일일이 손으로 좌석을 닦고 다시 깨끗한 수건으로 남은 소독약을 훔쳐냅니다.

 

모든 교우들이 미사에 참례하여 말씀과 성체를 영할 수 있도록, 벌써 일곱 달째, 교우들보다 일찍 오시고 교우들보다 늦게 남아서, 우직하게 봉사하시는 분들께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주임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