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십자가 현양축일’ 강론

오늘 우리는 ‘성 십자가 현양축일’을 맞이하여, 예수님의 고통과 죽음,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구원의 의미를 묵상합니다. 십자가는 고통과 죽음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사랑의 궁극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필리피서 2, 6-11에서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의 겸손과 순종을 묘사하며, 그분이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셨다고 말합니다. 그분은 오히려 자신을 비우고 종의 모습으로 인간이 되셨으며,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분의 겸손한 순종이 바로 우리의 구원의 열쇠입니다.

 

특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십자가를 바라보며 생각해야 할 중요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크고 작은 십자가를 지고 살아갑니다. 고통, 실망, 불안, 갈등, 질병, 이 모든 것은 우리가 겪는 ‘십자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그저 고통의 상징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부활로 이어졌듯이, 우리의 고통도 하느님 안에서 구원과 영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3, 13-17에서 예수님께서는 니코데모에게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바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심을 예고하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외아들을 우리에게 보내셔서 그분을 믿는 모든 이가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 즉, 십자가는 멸망과 고통의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주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렇게  십자가는 우리가 자주 겪는 고통과 좌절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줍니다.  우리는 대부분 바쁜 일상 속에서 끊임없는 경쟁과 불안 속에 살아가면서 마치 모든 짐을 혼자 지고 가야 한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셨듯, 우리의 삶 속에서도 그분은 항상 함께 하시며 우리의 짐을 나누십니다.

 

사실 요즘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자신의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려는 부담감을 느끼곤 합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하지요. 그러나 십자가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예수님께서 가장 낮은 곳에서 우리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셨기에, 우리는 불완전함 속에서도 하느님 안에서 완전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십자가는 우리에게 “우리가 지는 고통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를 줍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통해 구원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음을 믿는다면, 어떤 고난도 그 끝에는 하느님의 영광이 기다리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겪는 일상 속의 모든 작은 십자가들을 주님 앞에 봉헌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도 그리스도를 본받아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그 속에서 하느님의 구원의 뜻을 발견하는 삶을 살아가길 다짐합시다.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승리의 표지이며, 우리에게는 구원의 기쁨을 약속하는 증표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