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주일 (부활4주간 주일) 강론

오늘은 착한 목자 주일이며 동시에 ‘성소(聖召) 주일’입니다. 오늘은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영원한 목자이신 것처럼, 우리 가운데서, 특별히 우리의 가정에서 주님의 목장에서 봉사할 수 있는 많은 성소자들이 나오기를 기도하는 날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성소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성소란 글자 그대로 거룩한 부르심 곧 하느님의 부르심을 뜻합니다. 물론 교회가 오늘을 성소의 날로 정한 것은 특별히 성직 성소와 수도 성소에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 즉 성직자와 수도자들을 위한 것이긴 하지만, 성소라고 할 때 꼭 성직 성소와 수도 성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고린토 전서 12장 12절 이하의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몸에는 손, 발, 눈, 코, 귀, 입과 같은 지체들이 있고, 각 지체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고유한 역할을 함으로써, 몸을 살아 있는 생명체가 되게 합니다. 손이 발을 대신할 수가 없고 눈이 입을 대신할 수가 없습니다. 그뿐 아니라 손과 발이 없는 몸, 혹은 눈과 입이 없는 몸을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교회도 이렇게 각각 나름대로 고유한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들이 모여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각각 맡은 바 고유한 직무를 일컬어서 성소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이 고유한 성소를 완수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실 건전한 평신도가 없으면, 사제 성소나 수도 성소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성직자나 수도자는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존재가 아니라, 여러분의 가정에서 배출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평신도 여러분의 가정은, 성직 성소와 수도 성소의 못자리인 셈입니다. 이렇게 볼 때에, 우리 평신도들의 성소가 그 어떤 성소보다도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평신도로서 불림을 받은 여러분은 여러분의 고유한 성소를 완성시켜 가야만 합니다. 무엇보다도 평신도로서 여러분에게 주어진 직무는 가정 생활입니다. 그래서 가장은 남편으로서의 역할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그 가정의 생계를 꾸려 나가는 일은 물론이지만, 신앙인으로서의 모범을 자녀들에게 보여 주어야 합니다. 자녀들 앞에 신앙인으로서의 모범과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훌륭한 교육이 될 것입니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훌륭한 아버지 밑에서 훌륭한 자녀들이 나오는 법입니다. 언제인가 법조인 부자간에 400억대의 재산을 두고 소송이 걸린 기사가 있었습니다. 서로 돈 때문에 부자간의 인연까지 끊을 것 같은 내용을 보고 정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참 신앙인으로서의 성소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참으로 염려스러운 것은 오늘 이 사회의 물질 만능, 황금만능, 그리고 안락과 향락을 추구하는 그릇된 풍조가 우리의 가정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출세와 돈과 향락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 가정에서 어떻게 자신을 희생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일생을 헌신할 성직자나 수도자가 나을 수 있겠습니까? 로또에 목숨을 걸고 매일 매일 돈의 노예가 되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누가 자신을 희생하여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자하는 성소의 길에 들어서려는 바보같은 행동을 하겠는가 말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요령 좋게 돈을 잘 벌고, 그리고 꾀를 부려서 다른 사람들 위에 올라서고, 그래서 자신만의 이익과 안락을 얻는 약삭빠른 인간이 되는 길을 최선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지금 교회는 사심 없이 하느님과 백성들을 위해서 봉사하고자 하는 헌신적인 젊은이들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추수할 것은 많으나 일꾼이 없다.”(마태 9,37)는 예수의 말씀처럼, 오늘 우리 교회는 심각한 성소 부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성직자나 수도자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여러분의 가정에서 배출되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언제인가 한 자매가 저를 찾아와서는 아들이 서울대에 다니는데 갑자기 신학교에 가겠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자신이 너무 놀래서 저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서울대를 다니는 애가 무엇이 부족해서 신부가 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려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뭐가 그리 부족한게 많아서 신부가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출세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서 편하고, 안락한 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일생을 남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봉사하면서 사는 일은 더욱 좋은 일입니다. 탐욕에 찌들어서 돈과 재물을 하느님처럼 섬기고, 자신의 안락과 편안함만을 찾으려고 애쓰는 이 어두운 세대를 밝혀 줄, 꿈과 이상을 지닌 젊은이들이 필요합니다.

성직자나 수도자들은 다른 세상에서 온 별종들이 아닙니다. 여러분과 똑같은 나약한 인간입니다. 때론 자기 자신 한 몸마저도 추스르기 힘겨워하는 나약한 인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소의 길에 충실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기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성직자 수도자들이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면서, 여러분의 가정에서 많은 성소가 나오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