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성물

치유의 빛 은사의 빛 반포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자연스러운 아치 형태로 제작 통일감 있게 공간 에워싸 신자 시선 제대 향하게 유도”

 

‘가난한 자의 성경’은 중세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문맹자들에게 이미지로 성경의 말씀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 생겨난 표현이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롭게 재건된 유럽의 많은 스테인드글라스는 더는 가난한 자의 성경이 아니었다. 문맹이 아닌 대다수 현대인에게 성경의 설명적인 이미지보다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묵상하게 하는 추상적 표현들이 선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추상적 표현 양식은 유럽에서도 독일, 프랑스, 영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으로 이웃한 다른 유럽 국가나 미국, 아시아에서는 상반된 경향을 보였다. 어쩌면 우리는 글을 모르는 문맹은 아니나 성경 말씀을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문맹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성경 말씀을 되뇔 수 있는 설명적인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듯하다. 우리나라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들의 작품 경향을 분석해보면 유럽 유학 후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작품은 대부분 추상인데 반해 점차 구상적 경향의 작품으로 변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신자들과의 ‘소통’이라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절제된 빛과 이미지로 메시지 전달

 

이번에 소개할 서울 반포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절제된 빛과 색, 간결한 이미지로 성경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2000년 완성된 반포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노틀담 수녀회 김겸순(테레시타) 수녀의 작품이다. 김겸순 수녀는 독일 뮌헨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뮌헨에 소재한 구스타프 반 트렉 공방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연구했다. 서울 반포성당, 인천가톨릭대학교 성당, 대전 정하상교육관 성당,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양평 수도원 성당, 미국 가르멜수녀원 성당 등 국내외 여러 성당에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선보였다. 그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전례 공간을 보다 차분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으며 각각 독립된 그림으로서가 아니라 교회 건축 안에서 하나로 통합되는 스테인드글라스의 구성을 이뤄내고자 했다.

 

 

초월적 공간으로의 초대

 

김겸순 수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서울 반포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도 자연스럽게 휘어진 아치 형태의 건축 구조가 도입돼 공간을 통일감 있게 하나로 에워싸는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주변의 모든 요소를 통일감 있게 연결해 신자들의 시선을 최대한 제대 쪽으로 집중시키는 역할을 하며 일상의 공간과는 다른 초월적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에 있어 전례 공간 전체에 적합한 빛을 연출 하는 것과 함께 김겸순 수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빛과 색을 통한 성경 말씀의 전달이다. 구약과 신약의 주요 장면들이 등장하는 그의 작품은 무지개, 아치, 식물의 줄기같이 공간을 에워싸며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장치들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반포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는 검은색 유약을 이용한 선묘 중심의 페인팅이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인물이나 대상의 고유색을 재현하지 않고 주로 선묘를 이용해 성경의 주요 장면을 묘사했다. 그 결과 작품의 전체적인 색조는 통일감 있게 유지되면서 스테인드글라스의 서술적 기능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공간에 융화된 스테인드글라스

 

전례공간을 더욱 따뜻한 분위기로 만들고자 하는 김겸순 수녀는 강렬한 원색보다는 여러 색이 배합된 중간 톤의 색유리를 주로 사용했다. 공간을 압도하기보다는 부드러운 빛과 함께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색은 맑은 톤의 코발트블루와 붉은 기가 도는 황색 그리고 올리브그린 계열의 초록색 등 전체적으로 중간색 톤이 지배적이다. 그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을 선별하는 데 있어 ‘맑지만 산만하지 않고, 밝지만 화려하지 않고, 투명하지만 빛이 걸러지는 채도가 낮은 색’을 사용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김겸순 수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색들은 하늘, 땅, 자연을 상징하며 우주를 나타내기도 하고 한국의 향토색을 연상시키는 푸근하고 정감 어린 색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는 따뜻하고도 초월적인 그의 작품 앞에서 그림으로 말씀을 읽고 빛과 색으로 기도하게 된다.  (인천가톨릭대학교 정수경 가타리나 교수) (출처: 서울 반포성당 스테인드글라스 I 가톨릭평화신문 2016.10.30)